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64> 음력 3월에 아내와의 사랑을 읊은 18세기 이안중

낭군 불러 나 찾아보세요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4-23 19:34:4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呼郞來覓儂·호랑래멱농

잠시 꽃밭 속에 서 있으니(小立花林中·소립화림중)/ 버들잎은 새로 꾸민 눈썹 같고(楊葉似新眉·양엽사신미)/ 복사꽃은 붉은 치마 흉내 냈네.(桃花學裙紅·도화학군홍)/ 낭군님 불러 저 찾아보세요(呼郞來覓儂·호랑래멱농)/ 복사꽃은 동쪽에 오얏꽃은 서쪽에(桃東復李西·도동복리서)/ 어디에서 저를 찾을 수 있겠어요?(何處得眞儂·하처득진농)

위 시는 18세기 시인 이안중(李安中·1751~1791)의 시 ‘달거리 노래(月節變曲·월절변곡)’로 그의 문집인 ‘현동집(玄同集)’에 있다. ‘월전별곡’은 이안중이 신혼의 즐거움을 열두 달로 나누어 묘사한 작품이다. 위 시는 음력 3월의 사랑을 읊었다.

시적 상상력이 아주 재미있다. 아내는 하나의 꽃이다. 한시에서 버들은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이고, 붉은 복사꽃은 여인의 홍조라고 했다. 시에서 아내는 자신이 꽃이라고 한다. 버들잎과 복사꽃조차 자기 얼굴을 따랐다고 한다. 낭군에게 꽃인 자신이 복사꽃과 오얏꽃 사이에 있으니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참으로 고운 시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동서고금 같은 것 같다. 이안중은 신혼의 풋풋함을 1월 추위와 눈, 2월의 꽃, 3월 버들잎과 복사꽃, 4월 꾀꼬리, 5월 둥글부채, 6월 더운 밤, 7월 견우와 직녀, 8월 귀뚜라미, 9월 국화, 10월 서리, 11월 추위, 12월 깊은 밤을 소재로 각각 노래했다.

조선 시대에 부부 사랑을 표현한 한시는 서로 떨어진 상황에서 오는 그리움이나 배우자가 세상을 버린 데 따른 이별의 상실감을 읊은 경우가 많다. 전쟁터나 변경에 간 남편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시, 아내의 죽음으로 지은 도망시(悼亡詩) 등이다. 조선 후기가 되면 부부의 노골적인 사랑을 담은 시들이 등장한다. 이안중의 ‘월전별곡’이 한 예이다. 얼마나 아내가 예뻤으면 열두 달 신혼생활을 다달이 시로 사랑의 찬가를 불렀을까?

필자는 가끔 이 ‘월전별곡’을 읽으며 사랑 가득한 이안중의 심정을 짐작해 본다. 그러면 계절별로 사랑의 속삭임이 전해지는 듯하다. 봄철이다 보니 시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적당한 시를 자주 소개하게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7. 7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8. 8[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9. 9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8. 8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9. 9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