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呼郞來覓儂·호랑래멱농
잠시 꽃밭 속에 서 있으니(小立花林中·소립화림중)/ 버들잎은 새로 꾸민 눈썹 같고(楊葉似新眉·양엽사신미)/ 복사꽃은 붉은 치마 흉내 냈네.(桃花學裙紅·도화학군홍)/ 낭군님 불러 저 찾아보세요(呼郞來覓儂·호랑래멱농)/ 복사꽃은 동쪽에 오얏꽃은 서쪽에(桃東復李西·도동복리서)/ 어디에서 저를 찾을 수 있겠어요?(何處得眞儂·하처득진농)
위 시는 18세기 시인 이안중(李安中·1751~1791)의 시 ‘달거리 노래(月節變曲·월절변곡)’로 그의 문집인 ‘현동집(玄同集)’에 있다. ‘월전별곡’은 이안중이 신혼의 즐거움을 열두 달로 나누어 묘사한 작품이다. 위 시는 음력 3월의 사랑을 읊었다.
시적 상상력이 아주 재미있다. 아내는 하나의 꽃이다. 한시에서 버들은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이고, 붉은 복사꽃은 여인의 홍조라고 했다. 시에서 아내는 자신이 꽃이라고 한다. 버들잎과 복사꽃조차 자기 얼굴을 따랐다고 한다. 낭군에게 꽃인 자신이 복사꽃과 오얏꽃 사이에 있으니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참으로 고운 시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동서고금 같은 것 같다. 이안중은 신혼의 풋풋함을 1월 추위와 눈, 2월의 꽃, 3월 버들잎과 복사꽃, 4월 꾀꼬리, 5월 둥글부채, 6월 더운 밤, 7월 견우와 직녀, 8월 귀뚜라미, 9월 국화, 10월 서리, 11월 추위, 12월 깊은 밤을 소재로 각각 노래했다.
조선 시대에 부부 사랑을 표현한 한시는 서로 떨어진 상황에서 오는 그리움이나 배우자가 세상을 버린 데 따른 이별의 상실감을 읊은 경우가 많다. 전쟁터나 변경에 간 남편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시, 아내의 죽음으로 지은 도망시(悼亡詩) 등이다. 조선 후기가 되면 부부의 노골적인 사랑을 담은 시들이 등장한다. 이안중의 ‘월전별곡’이 한 예이다. 얼마나 아내가 예뻤으면 열두 달 신혼생활을 다달이 시로 사랑의 찬가를 불렀을까?
필자는 가끔 이 ‘월전별곡’을 읽으며 사랑 가득한 이안중의 심정을 짐작해 본다. 그러면 계절별로 사랑의 속삭임이 전해지는 듯하다. 봄철이다 보니 시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적당한 시를 자주 소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