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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67> 정도전이 유배 중 농부와 나눈 이야기를 적은 글

때가 아닌지 알지 못하고 바른말하기를 좋아하며(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부지기시지불가이호직언)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02 19:07:3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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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신의 죄가 무엇인지 내가 알겠소. 힘이 부족한지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치기를 좋아하고, 때가 아닌지 알지 못하고 직언하기를 좋아하고, 지금 세상에 태어나서 옛것을 사모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거슬러 죄를 얻은 것 아니오? ….”

“然則吾子之罪, 我知之矣. 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 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 生乎今而慕乎古, 處乎下而拂乎上, 此豈得罪之由歟?”(연즉오자지죄, 아지지의. 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부지기시지불가이호직언, 생호금이모호고, 처호하이불호상, 차기득죄지유여?)

위 문장은 정도전(鄭道傳·1342~1398)의 글 ‘농부의 대답(答田夫·답전부)’ 일부로, ‘동문선(東文選)’ 권107에 수록돼 있다. 알다시피 그는 조선 건국을 기획하고 구현한 조선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정치가다.

정도전은 1375년(고려 우왕 1) 권신 이인임 등의 친원배명 정책에 반대하다 전라도 나주목 회진현(會津縣) 관하의 거평부곡(居平部曲)에 유배되었다. 위 글은 그곳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며 지었다. 위 문장은 전체 글의 뒷부분에 들어있다. 전체 글 내용은 농부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농부의 입을 빌려 당시 관료 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농부의 입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필자는 화개골 목압마을 뒤 산에 녹차농사를 조금 짓고 있다. 지리산 산중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살며 자식들 공부시킨 마을 주민들을 보면 늘 고개가 숙여진다. 농부인 이분들은 사시사철 때에 맞춰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 주민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필자는 몸과 마음으로 체험해 잘 안다.

정도전에 대한 글을 읽을수록 재미가 있어 그에 관한 여러 자료를 틈틈이 읽고 있다. 그는 조선 개국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중국 한(漢)나라 장량(張良)에 비유하였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개국의 주역은 자신이라고 여겼다. 며칠 전 목압서사를 방문한 역사학자 한 분이 정도전의 나주 유배시절 이야기를 해 당시의 글을 찾아 소개해 본다. 2년 전쯤 필자는 목압서사에서 주민 대상으로 매주 진행하던 공부 시간에 정도전을 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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