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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68> 박명원이 술 취해 토하자 박지원이 지은 글

술은 큰 잔을 마다치 않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07 19:43:4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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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酒不厭深·주불염심

밥은 고봉을 싫어하지 않고(飯不厭高·반불염고)/ 술은 큰 잔을 마다치 않네.(酒不厭深·주불염심)/ 대감께서 먹은 것을 토하시어(大監吐哺·대감토포)/ 집개들 속으로 좋아하겠네.(宮犬歸心·궁견귀심)

위 글은 홍길주(洪吉周·1786~1841)의 저서 ‘수여난필속(睡餘灡筆續)’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 글의 제목은 따로 없다. ‘수여난필속’은 홍길주의 아들 홍우건이 1842년 부친의 수고(手稿)를 정리한 것이다. 홍길주는 경화세족의 후예였지만 과거를 포기하고 많은 저술을 남겼다. 사후에는 홍석주·김매순과 나란히 19세기를 대표하는 문장가로 손꼽혔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어느 날 삼종형(三從兄·팔촌 형)인 박명원(朴明源·1725∼1790)을 찾아뵀다. 박명원은 1738년(영조 14) 영조의 셋째 딸 화평옹주에게 장가들어 금성위(錦城尉)에 봉해진 학자였다. 그런데 박명원이 그때 술을 많이 마셔 크게 토하고는 박지원에게 이에 대한 글을 지어달라고 해 위와 같이 읊었다고 한다. 원문에 보면 ‘대감’은 벼슬이 정2품 이상이면 그렇게 불렀다고 적혀 있다. 박명원은 몸가짐에 절도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박지원은 1780년 중국 청나라 황제인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포함돼 북경을 거쳐 열하까지 다녀와 ‘열하일기’를 남겼다. 사절단으로 떠날 때 박지원의 나이가 44세였다. 정사인 박명원의 자제군관으로 따라 나선 것이다.

사절단 일행은 1780년 6월 24일 의주 압록강을 건너 8월 초하루에 북경에 도착했다. 나흘 뒤인 8월 5일 돌연 열하로 가라는 통보를 받고 열하로 떠났다. 이들은 8월 9일부터 15일 아침까지 열하에 머물렀다.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을 빼면 고작 닷새 머물렀다.

‘열하일기’에서 이 닷새에 걸친 기록의 비중이 아주 높다. 현재 500종이 넘는 연행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이 사행에서 탄생했다.

필자와 잠시 공부를 함께 했던 한 연구자가 요즘 ‘열하일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모양이었다. 엊그제 소통하다가 그 이야기를 듣곤 열의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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