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0> 담정 김려가 쓴 자신의 유배 이야기

관가 하인들이 못되게 하던 일들은(輿儓之侵侮·여대지침모)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14 18:47:3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797년)12월 10일. 내가 유배의 길을 떠나 무릇 27일 만에 부령에 이르렀다. 길이 험난했던 것이나 눈바람으로 벌벌 떨던 일, 고을 관장들이 핍박하고 어르던 일, 관가 하인들이 못되게 하던 일들은 차마 붓과 말로 다 옮길 수가 없다. 또 본래부터 앓고 있던 피를 토하는 증세가 이때부터 더욱 심해져 날마다 간 조각 같은 핏덩어리를 서너 덩이 혹은 한두 덩이씩 토하곤 하였다. … ….

(丁巳年)初十日乙巳.

余自發配以後, 凡二十七日, 到富寧. 其行路之險阻, 風雪之凌兢, 州縣之逼脅, 輿儓之侵侮, 難以筆舌聲也. 且素病嘔血之症, 至此益甚, 日吐如肝片者三四葉, 或一二葉.((정사년)초십일을사. 여자발배이후, 범이십칠일, 도부령. 기행로지험조, 풍설지릉긍, 주현지핍협, 여대지침모, 난이필설성야. 차소병구혈지증, 지차익심, 일토여간편자삼사엽, 혹일이엽.)

위 문장은 담정 김려(1766~1822)가 쓴 ‘감담일기(坎窞日記)’에 나오는 1797년 12월 10일자의 내용 중 앞부분이다.

‘감담일기’는 1797년 32세 김려가 벗인 천주교인 강이천(姜彛天·1768∼1801)의 사건에 연루돼 함경도 부령(富寧)으로 유배 가는 동안의 일을 기록한 내용이다. 그해 11월 12일 김려는 형조에 갇혔다. 죄상은 ‘함께 모여서 서학(西學)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 등’이었다. 이틀 만에 유배형을 받은 그는 곧장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를 떠났다. 가는 도중 유배지가 변경돼 부령에 도착한 날이 12월 10일이었다.

부령은 원교 이광사(李匡師·1705~1777)가 유배를 살았던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장애애(張愛愛)란 여인을 만났는데, 그 여인은 다음 유배지인 전남 신지도까지 따라갔다. 김려도 이곳에서 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는 연희라는 기생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김려는 부령에서 4년 유배를 살다 1801년 신유사옥에 연루돼 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으로 이배됐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魚譜)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를 썼다.

필자가 2년 전쯤에 어떤 매체에 김려의 어보에 대한 글을 실었는데, 지인이 놀러 와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하여 김려의 부령 유배와 연희와의 사랑 이야기를 좀 더 하게 되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6. 6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9. 9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6. 6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9. 9[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10. 10[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전국 건설 현장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은 추락으로 봉변
  10. 10'한국형 녹색대전환'에 1000조 투자…SMR·전력반도체 등 집중 육성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4. 4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5. 5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8. 8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9. 9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0. 1060대 부부 피살 용의자, 자전거·피해자 차량 갈아타고 ‘용의주도’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8. 8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