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2> 탕탕한 군자 같은 성품의 여성 시인 호연재 김씨의 시

장차 술 단지 들고 취하며 헤매고 싶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21 20:12:4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且將樽酒欲爲迷·차장준주욕위미

평생 문틈으로 흰 구름만 보다가(平生唯見白雲扉·평생유견백운비)/ 내가 남주에 사는 한 명의 포의임을 알았네.(知是南州一布衣·지시남주일포의)/ 날은 저물고 날씨 차가운데 돌아갈 길 머니(日暮寒天歸路遠·일모한천귀로원)/ 장차 술 단지 들고 취하며 헤매고 싶네.(且將樽酒欲爲迷·차장준주욕위미)

위 시는 조선 시대 17~18세기에 활동한 여성시인 호연재 김씨(浩然齋 金氏·1681~1722)의 ‘생애(生涯)’로 ‘한국여성시문전집’2권에 수록돼 있다.

평생을 집안에서 집 밖의 흰 구름만 보고 살았는데, 여기 남쪽 땅인 남주에 한 명의 포의 선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자신을 일컫는다. 벼슬은 하지 않지만 뜻이 큰 포의임을 깨닫는다. 날이 저물고 춥지만 멀리까지 나와 돌아갈 길도 막막해 그냥 술 단지의 술을 마시겠다며 토로한다. 여성이라는 운명을 원망하며 술에 취해 잠들고자 한다. 그녀는 탕탕한 군자의 성품을 품은 여성 시인으로도 평가받는다. 호연재는 허난설헌보다 많은 240여 수의 시를 남겼다.

친가와 시가 모두 명문가이다. 친정은 안동 김문(安東 金門)으로 고조부는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국한 선원(仙源) 김상용(金尙容)이고, 부친 김성달(金盛達)은 고성군수를 역임했다. 시가는 은진 송문(恩津 宋門)으로 문묘에 배향된 동춘당(東春堂) 송준길(宋浚吉)이 시증조부이다. 시조부 송광식(宋光栻)은 우암 송시열의 문인으로 이조참판이었고, 시부 송병하도 우암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수원부사·의주부윤 등을 지냈다.

19세인 1699년 10월 16일 소대헌(小大軒) 송요화(宋堯和·1682~1764)와 결혼했다. 송요화는 자(字)가 춘유(春囿)로 지중추부사를 지냈으며,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의 문하이다. 대전 대덕구에 소대헌·호연재 고택이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학자 동춘당 송준길의 둘째 손자 송병하가 1674년(현종 15) 분가하여 건립한 가옥으로, 송병하의 아들 송요화가 1714년(숙종 40) 현재 위치로 옮겨 지었다.

대전에 사는 필자의 오랜 벗인 한 시인이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했다. 소대헌·호연재 고택에 들렀다가 갑자기 필자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0. 10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0. 10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7. 7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7. 7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