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구름은 꿈쩍 않는데(嶺雲閑不徹·영운한불철)/ 시냇물은 왜 그리 바삐 달리는지?(澗水走何忙·간수주하망)/ 소나무 아래의 솔방울 따(松下摘松子·송하적송자)/ 차 끓이니 더욱 향기롭네.(烹茶茶愈香·팽차차유향)
고려 시대 무의 혜심(無衣 慧諶·1178~1234) 선사의 시 ‘묘고대 위에서 짓다(妙高臺上作·묘고대상작)’로, 자신의 문집인 ‘무의자시집(無衣子詩集)’에 있다. 산마루에 걸친 구름은 꿈쩍도 않는데, 시냇물은 뭐가 그리도 급한지 바쁘게 산 아래로 흘러간다. 시인은 구름도 보고, 냇물도 보며 솔방울을 따 모아 화로에 불을 붙인다. 솔방울로 불을 때면 화력 조절이 잘 되고 차 맛이 더욱 좋다. 묘고대가 지리산 어디라는데 잘 모르겠다. 혜심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1201년 사마시에 합격한 뒤 태학에서 공부했다. 조계산으로 들어가 지눌(知訥)의 제자가 되고, 그를 이어 수선사(修禪社)의 제2세 사주(社主)가 됐다. 문하시중 최우(崔瑀)가 그에게 두 아들을 출가시켰다. 혜심이 세상을 뜨자 고종은 진각국사(眞覺國師)의 시호를 내렸다. 이규보가 지은 진각국사비가 전남 강진군 월남사에 있다.
그제가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마침 필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 ‘차사랑’ 차회 날이었다. 오전에 백경동 차회 회장님이 목압서사에 오시어 함께 차를 마시다 마을 안쪽 맥전(麥田)에 사는 조봉현(62) 씨 집에 찻잎 4㎏을 들고 갔다. 발효차를 만들 요량인데 찻잎이 커 손으로 비비는 게 어려워 그 집의 유념기에서 작업했다. 비빈 찻잎을 목압서사에 가져와 방에 불을 올려 발효되도록 해놓고 인근 쌍계사로 가 점심으로 비빔밥을 얻어먹었다.
그 뒤 필자와 같은 마을에서 차를 만들며 차 교육도 하는 효월차(曉月茶)로 가 여러 차를 마시고, 하동세계차엑스포 제2행사장인 하동야생차박물관으로 가 신판곤(71)
차회 회원을 만났다. 함께 여러 부스를 구경하고 차를 마신 후 하동차꽃빵을 만들어 파는 부스로 가 또 차를 마셨다. 차문화센터 3층으로 가 또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은 뒤 함께 목압서사로 와 거의 밤 10시까지 차를 마셨다. 부처님 오신 날인 데다 차회를 한 날이어서 혜심 스님의 위 시를 읽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