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02>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조선 중기 송강 정철의 시

시내 남쪽 나무에 밝은 달 걸렸다네(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9-03 18:47:0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 성글게 내리는 빗소리로 잘못 알았네.(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중(아이) 불러 문을 나가 보게 했더니(呼僧(童)出門看·호승(동)출문간)/ 시내 남쪽 나무에 밝은 달 걸렸다네.(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기행가사인 ‘관동별곡’ 등을 지은 조선 중기 문신 겸 시인인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4)이 지은 오언절구 ‘산사에서 밤에 읊다(산사야음·山寺夜吟)’로, ‘송강집속집(松江集續集)’ 권1에 들어있다. ‘대동시선(大東詩選)’ 권3에는 ‘가을밤에(秋夜·추야)’로 실렸다. 시인이 가을밤 산사에서 지었다. 밤에 누워 있으려니 바람에 후두둑 낙엽 지는 소리가 꼭 빗소리 소리 같다. 옆의 중(아마도 어린 사미승)에게 나가서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 보게 했더니 “비가 내리는 게 아니고 달이 시내 남쪽 가지에 훤히 떠 걸려 있던데요”라고 말한다. 끝구가 명구이다.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천정사(泉精寺)에서 밤중에 폭포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해 지은 시가 있다. 그 시에 “한밤중 좌락좌락 비 내리나 싶었는데(中宵錯認千林雨·중소착인천림우)/ 스님 말이 폭포가 돌뿌리 씻는 소리라 하네.(僧道飛泉灑石磯·승도비천쇄석기)”라는 구절이 있다. 유몽인은 ‘어우야담’에서 자기 시가 정철의 위 시와 분위기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어제 필자의 목압서사에서 멀지 않은 악양면 정서리의 정암(亭巖) 이형규(李亨圭·90) 선생님 댁에서 현판식이 있었다. 이 댁은 원래 아흔아홉 칸 한옥이었다. 당호는 ‘隱閒堂(은한당)’이었다. 선생님은 지리산 자락에서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시어 많은 제자를 길러내셨다. 성품이 조용하시고 나서는 분이 아니어서 분위기에 맞게 필자가 은한당으로 명명하였다. ‘선비가 조용히 은거하는 집’이란 뜻이다. 아래채의 차 마시는 공간은 ‘풍엄재(風俺齋)’로 이름하였다. 굳이 풀자면 ‘어리석은 바람이 머무는 곳’이다. 필자가 서당체로 쓴 글자를 각(刻) 하시는 분이 예쁘게 잘 만들어주셨다. 서늘한 초가을 밤 목압사(木鴨寺) 절터인 목압서사의 연빙재(淵氷齋)에서 한시 여러 수를 음미하다가 위 시가 어울릴 듯해 골라봤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7. 7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8. 8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9. 9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1. 1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2. 2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3. 3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7. 7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8. 8[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9. 9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8. 8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8. 8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