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10> 먼저 세상을 버린 벗을 그리워하며 시 읊은 조선 전기 이행

이 사람 지금 가고 없는데(斯人今已矣·사인금이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10-03 18:39:44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책 속에 천마산의 모습(卷裏天磨色·권리천마색)/ 아스라이 아직 눈앞에 펼쳐지네.(依依尙眼開·의의상안개)/ 이 사람 지금 가고 없는데(斯人今已矣·사인금이의)/ (함께 갔던) 옛길은 날마다 생각나네,(古道日悠哉·고도일유재)/ 가랑비 내리던 영통사(細雨靈通寺·세우영통사)/ 만월대엔 해가 저물었지.(斜陽滿月臺·사양만월대)/ 죽고 살고 만나고 헤어짐을 겪고서(死生曾契闊·사생증계활)/ 센 머리로 혼자 배회하네.(衰白獨徘徊·쇠백독배회)

위 시는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1534)의 시 ‘천마록 뒤에 쓰다(題天磨錄後·제천마록후)’로, 그의 문집인 ‘용재집(容齋集)’ 권2에 들어있다.

이행이 죽은 벗인 박은(朴誾·1479~1504)을 생각하며 쓴 시이다. 이행은 연산군 즉위년(1495), 박은은 이듬해 문과에 급제하였다. 박은은 이행보다 나이가 한 살 적고, 벼슬에 나간 것 역시 한 해 늦었다. 신숙주의 손자 신용개가 박은의 자질을 알고 선뜻 사위로 삼았다. 그러다 연산군 7년(1501) 함께 홍문관 수찬으로 재직하며 폭군인 연산군에게 빌붙은 권세가를 비판했다. 박은은 동래로 유배됐다가 26세에 죽임을 당했다. 이행은 유배갔지만 살아남았다.

이행은 벗이 죽은 후 ‘천마록(天磨錄)’을 꺼내 읽으니 옛 생각이 절로 났다.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하며 쓴 책이었다. 가랑비 내리던 영통사와 석양 비치는 만월대를 함께 걸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벗은 죽고 이행 자신은 살아있다. 벗이 많이 보고 싶다.

그제인 1일 오후에 부음 소식을 듣자마자 화개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고교 1년 후배이자 신문사 입사도 1년 후배인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이 세상을 뜬 것이다. 황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선배라도 세상을 버리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데, 후배이니 놀라움은 가히 뭐라 할 수 없었다.

같은 신문사 내에서 더군다나 고교 1년 선후배 사이여서 개인적인 친분이 많았다. 그는 기자로서 능력이 뛰어났고 후배들도 잘 챙겨줘, 으뜸이었다. 훤칠한 키에 젠틀맨 풍모였다. 빈소에 가 술을 한 잔 따르면서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8. 8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9. 9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0. 10軍 “MDL 이남서 정상 작전 중 北 지뢰로 장병 부상 최종판단”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5. 5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