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사람은 옥과 같고(溫溫人似玉·온온인사옥)/ 아련한 꽃잎은 눈과 같구나.(靄靄花如雪·애애화여설)/ 서로 마주 보며 말이 없는데(相看兩不言·상간양부언)/ 달빛만 푸른 하늘 물들이네.(照似靑天月·조사청천월)
위 시는 매죽헌(梅竹軒)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매화 핀 창가에 달빛이 교교하네’(梅窓素月·매창소월)로, 그의 문집인 ‘매죽헌집(梅竹軒集)’에 수록돼 있다. 성삼문은 집현전 학사 출신으로 목숨을 바쳐 신하의 의리를 지킨 사육신(死六臣) 중의 한 분이다. 그는 1455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이듬해 단종 복위를 계획하다 발각되어 능지처참을 당하였다.
위 시는 매화가 창가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읊은 작품으로, 그의 곧고 맑은 지조를 보여주는 시로 평가받는다. 매화는 선비들의 정신과 연관되는 꽃으로 선비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대상이다. 매화는 눈이 내린 겨울에도 피어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했다. 성삼문이 매화를 시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러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성삼문은 차가운 달을 보고 옥과 같고 꽃과 같다며 넉넉한 시상을 드러낸다. 아마도 그는 편안하고 온순한 성품을 가진 인재였으리라 짐작된다. 성삼문은 흔히 고려 말 충신 정몽주와 비견되곤 한다. 정몽주는 사후에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성삼문의 시호는 충문(忠文)이다. 정몽주가 절개를 지키는 마음을 담은 ‘단심가’(丹心歌)를 지었다면, 성삼문은 ‘절의가’(絶義歌·원 작품에는 제목이 없음)를 지었다.
매화가 사방에 피었다. 산이며, 길가며, 개울가에도 소박하면서 지조 있는 자태를 드러내며 피어 있다. 사람들이 매화나무를 구입해 곳곳에 심어서이지, 그렇게 흔하게 피는 꽃은 아니다.
필자의 마당에도 몇 종의 매화나무가 있다. 작은 매화나무를 사다 심은 것이다. 차산에도 매화가 피어 하얗다. 며칠 계속 봄비가 내려 흰 달(素月)과 함께 매화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리하여 성삼문의 위 시를 필자는 좋아한다. 사람들은 좀 있으면 피어날 화개십리벚꽃을 보러 이 골짜기를 찾지, 매화를 보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