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51> 아침에 우는 까치가 밉지 않다는 당나라 시인 이단

아침에 반갑게 우는 까치가 밉지 않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2-27 18:18:39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不忿朝來鵲喜聲·불분조래작희성

달이 지고 별빛도 희미해져 동이 트려는데(月落星稀天欲明·월락성희천욕명)/ 외론 등불 가물거리고 꿈조차 이룰 수 없네요.(孤燈未滅夢難成·고등미멸몽난성)/ 겉저고리 입고 문밖으로 나가 니(披衣更向門前望·피의갱향문전망)/ 아침에 반갑게 우는 까치가 밉지 않네요.(不忿朝來鵲喜聲·불분조래작희성)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이단(李端·?~?)의 ‘여인의 마음’(閨情·규정)으로, 그의 문집인 ‘이단시집(李端詩集)’에 들어있다.

여인은 임을 기다리느라 날이 샐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이 밝아 문 열고 바깥에 나가보니 까치가 반갑게 운다. 혹시 그리운 임이 오실 것인가.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그리는 시이다. 마지막 행에는 ‘그리운 임이 오시려나?’는 내용이 함축돼 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일이 생긴다는데, 설령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어 밉지 않다는 말이다. 그만큼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이 절실함을 나타낸다.

조선 선조 때 여류 시인 이옥봉(李玉峯)도 이단과 같은 제목인 ‘규정(閨情)’이란 시에서 비슷한 심정을 드러낸다. “약속을 하시고선 어찌하여 늦으시나?(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뜨락의 매화가 시들고 있는 때인데요.(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나무 위에서 까치 우는 소리 듣기만 해도(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부질없이 거울 보며 눈썹 그린답니다.(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꽃이 피면 오시겠다던 임이 오시지 않는다. 매화꽃이 다 지기 전에는 오셔야 할 텐데. 저 꽃마저 지면 영영 안 오실 것만 같아 마음이 바짝바짝 탄다. 여인은 꽃망울이 부풀어 터지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제는 임이 오시기도 전에 꽃이 시들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여인은 까치 소리가 날 때마다 행여나 싶어 거울 앞에 앉아 눈썹을 고친다. 하지만 헛손질이 잦아질수록 부질없음에 불안이 깊어만 간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전봇대 위에서 까치가 “까악 ~ 까악” 울어댔다. 까치 소리 들어본 지 오래된 것 같은데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환해졌다. 봄의 생명력으로 만물이 꿈틀대는 때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7. 7[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8. 8“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9. 9[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0. 10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5. 5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6. 6'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7. 7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7. 7“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8. 8"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