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3> 둥글게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이라고 한 고려 후기 정추

그릇이 모가 나면 흠이 생기는 법이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4-09 18:53:1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器之觚也, 易爲缺兮·기지고야, 이위결혜

“그릇이 모가 나면 흠이 생기기 쉬우니, 수레바퀴처럼 둥글면 어딘들 못 통하겠는가. 내가 둥긂을 배워 한구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저 험난한 길을 어찌 걱정하겠는가.”

(器之觚也, 易爲缺兮. 轂之周也, 何所弗達兮? 荀予學圓兮, 不滯於一隅, 夫何險之足虞·기지고야, 이위결혜. 곡지주야, 하소불달혜? 순여학원혜, 불체어일우, 부하험지족우)

위 글은 고려 후기 문사인 정추(鄭樞·1333~1382)의 산문 ‘둥글게 사는 집의 명(銘)’(원재명·圓齎銘)의 끝부분에 나오며, ‘동문선’ 권49에 수록돼 있다.

그는 고려 후기 유명한 시인인 설곡(雪谷) 정포(鄭圃)의 아들로, 1353년(공민왕 2) 문과에 급제해 벼슬을 했던 문사이다. 신돈을 탄핵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동래현령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정추는 호를 무형자(無形子)와 원재(圓齎)로 썼다. 그는 위 산문 첫머리에 썼다. “무형자는 형상이 없는 데서 생겨났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서원(西原, 청주의 별칭) 정공권(鄭公權) 씨가 자신의 호로 삼고, 사는 곳을 원재라 하였다.”(無形子以其生於無形, 故西原鄭公權氏自號之也·무형자이기생어무형, 고서원정공권씨자호지야) 정추가 형상 없이 둥글게 살려는 염원을 담아 자기 집을 ‘둥글게 사는 집’의 뜻인 ‘원재’로 삼고 위 문장을 새겼다. 이처럼 두 가지 호를 통해 삶의 방침을 밝혔다.

‘노자(老子)’에 ‘큰 형상은 형체가 없다(大象無形·대상무형)’는 말이 있다. 또 ‘주역’에 ‘둥글어서 신묘하다(圓而神·원이신)’는 글이 있다. 그러니까 정추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엮은 것이다. 고정된 형상에 얽매이지 않지만 굳이 형상을 원한다면 원을 택한다는 말이다. 인생을 둥글게 산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은 남들과 다툼 없이 화합하며 살고자 하나, 가만히 있어도 다리 걸고 뒷머리를 때리는 세상이지 않은가. 그래도 너그럽게 베풀며 살면 세상으로부터 받는 상처와 손해가 덜하다.

필자는 주로 오전에는 화개장터 다리 건너 화개버스터미널 옆에서 남동생이 운영하는 ‘쉼표하나’ 카페에서 글을 쓴다. 종종 카페 일도 봐준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세상에는 참으로 별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3. 3‘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4. 4‘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5. 5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6. 6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7. 7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8. 8[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5. 5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6. 6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8. 8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조국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 사법개혁 적기 놓쳐”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4. 4[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5. 5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6. 6‘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7. 7'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8. 8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9. 9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10. 10‘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될 듯…당정 거쳐 결론 전망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3. 3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4. 4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5. 5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6. 6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7. 7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최대 12배 웃돈 받고 되팔아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10. 10'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3. 3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4. 4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5. 5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6. 6‘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7. 7‘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8. 8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9. 9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10. 10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