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5> 관아 창고서 곡식 축내는 큰 쥐를 시로 읊은 당나라 조업

누가 아침마다 네 아가리에 가져다 바치는 건지(誰遣朝朝入君口·수견조조입군구)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5-28 18:54:5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관아 창고의 늙은 쥐 크기가 됫박(斗)만 한데(官倉老鼠大如斗·관창노서대여두)/ 사람이 창고를 여는 걸 봐도 달아나질 않네.(見人開倉亦不走·견인개창역불주)/ 병사는 군량미가 없고 백성은 굶주리는데(健兒無糧百姓饑·건아무량백성기)/누가 아침마다 네 아가리에 가져다 바치는 건지(誰遣朝朝入君口·수견조조입군구)

위 시는 당(唐)나라 시인 조업(816~875)의 ‘관아 창고의 쥐’(官倉鼠·관창서)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돼 있다. 시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위 시는 중의적이다. 날마다 양식을 몰래 훔쳐 먹는 늙고 큰 쥐를 묘사하지만 실은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 벼슬아치를 의인화했다.

쥐가 관아 창고에 살며 얼마나 곡식을 많이 먹었는지 됫박(斗)만 하다. 독자분들도 어른들께서 “아, 쥐새끼가 얼마나 큰지 웬만한 고양이만 하다”라고 하시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쥐란 놈은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꺼릴 게 없다. 백성에게 돌아갈 양식을 먹어 치운다. 군사들이 먹을 군량미가 바닥났고, 백성은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말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도대체 저 쥐새끼를 누가 곡식 창고에 보냈나?”고 일갈한다.

결국 위 시는 당나라 말기 무능한 황제 아래 부패한 관리를 쥐새끼로 빗대며 한탄한다. 백성을 무서워하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고,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벼슬아치들이 판치면 그 나라는 망한다. 병사와 백성이 먹을 게 없어 배를 채우지 못한다면 누가 나라를 지키려 하겠는가.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쥐새끼 한 마리가 보란 듯 죽어 있다. 들고양이들이 가끔 밥을 주는 주인에게 나름대로 보답(?)한다고 그러는 것이다. 며칠 사이 이곳 사람들에게서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나랏돈을 제 쌈짓돈처럼 빼먹는 쥐새끼 같은 사람이 아직도 너무 많아 큰일이야.”라는 말을 두어 번 들은 터였다.

필자와 나이가 비슷한 지인들과 저녁을 먹다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한 지인이 “군복무 시절 중간에서 양식을 다 빼먹어 정량(定量)의 반도 먹지 못해 늘 배가 고팠다”고 말했다. 1980년에 입대해 역시 말단 부대에서 보병으로 복무한 필자는 속으로 공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9. 9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8. 8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8. 8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