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0> 요즘 마을 곳곳에 피어나는 접시꽃을 노래한 서거정

일반 꽃들과는 그 자질이 다르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6-16 19:10:1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浪蘂浮花不是才·낭예부화불시재

붉은 꽃 한창일 때 흰 꽃 반 쯤 피고(紅爛開時白半開·홍란개시백반개)/ 쟁반보다 크고 술잔보다 작기도 하네.(大於盤面小於不·대어반면소어불)/ 시내에 뿌리 두고 해를 향해 기우는 모양 아름다우니(憐渠本有傾陽懇·연거본유경양간)/ 일반 꽃들과는 그 자질이 다르다네.(浪蘂浮花不是才·낭예부화불시재)

위 시는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접시꽃’(葵花·규화)으로 그의 문집인 ‘사가집(四佳集)’ 권28에 들어있다. 요즘 접시꽃이 한창 피어난다. 서거정이 접시꽃 모양과 특성 등을 잘 짚은 작품이다.

접시꽃은 붉은색·분홍색·흰색 등 색상이 다양하다. 첫 구를 보면 접시꽃 색에 대해 묘사한다. 붉은 꽃이 흰색보다 빨리 피는 것으로 읊었다. 관찰력이 예리하다. 둘째 구에서는 크기에 관해 읊었다. 어떤 것은 쟁반보다 크고, 어떤 것은 술잔보다 작다. 접시꽃 종류나 햇볕을 받는 위치 등에 따라서도 꽃잎 크기가 다를 수 있다. 셋째 구에서는 접시꽃 속성을 읊는다. 해를 따라다니며 피는 특성을 그렸다. 이런 특성은 임금을 향한 충성심을 뜻한다. 그리하여 흔히 신하의 그런 마음을 ‘규심(葵心)’이라 한다. 결구인 넷째 구에서는 그 자질에 대해 읊었다.

당나라 시인 잠삼(岑參·715~770)은 시 ‘촉규화가(蜀葵花歌)’에서 “어제 한 송이 피었고(昨日一花開·작일일화개)/ 오늘 한 송이 또 피네.(今日一花開·금일일화개)/ 오늘 꽃 참 좋으니(今日花正好·금일화정호)/ 어제 꽃 이미 시들었네.(昨日花已老·작일화이로)”라고 읊었다. 접시꽃이 오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송이 한 송이 짧게 피었다가 금방 떨어지고 새 꽃이 피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잠삼은 접시꽃의 이러한 꽃 핌에 대해 읊었다.

마을 곳곳에 여러 색상의 접시꽃이 피어 있다. 모내기를 마친 논두렁에도 접시꽃 핀 걸 보았다. 필자의 한 친구는 접시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시집을 읽고 감명받아 집 주변에 접시꽃을 여럿 심었다고 했다. 필자는 가녀린 꽃대에 쉼 없이 꽃을 피우는 접시꽃을 볼 때마다 예쁘기도 하지만 애처롭기도 하다. 접시꽃과 속성이 비슷하지만 꽃 모양이 전혀 다른 해바라기는 흔히 ‘황촉규(黃蜀葵)’라고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4. 4[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5. 5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6. 6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7. 7'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8. 8[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9. 9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10. 10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1. 1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4. 4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5. 5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6. 6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7. 7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10. 10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 1'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2. 2'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3. 3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4. 4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5. 5녹색전환 핵심 ‘전기화’, 기업10곳 중 3곳만…“인센티브 필요”
  6. 6식품·외식 분야에서 ‘웰니스 소비’ 앞으로도 지속된다
  7. 7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9일 개막…"K-GX 전략 소개"
  8. 8“평소 접하기가 힘들었던 전통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르세요”
  9. 9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0. 10[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5. 5[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6. 6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7. 7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8. 8부산 영도구 주택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50대 남성 2명 화상
  9. 9세계적 위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대망의 우승은 독일의 김정환
  10. 10신호대기 중 잠든 '음주 운전' 30대, 벌금 1300만 원
  1. 1‘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2. 2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7. 7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8. 8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9. 9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10. 10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