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9> 요즘 길가에 한창 피어 있는 나리꽃을 시로 읊은 조면호

어찌하여 무너진 담장 옆에 버려졌을까?(如何棄擲毁垣傍·여하기척훼원방)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7-16 18:19:25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같은 꽃이, 이 같은 향이(如此花兼如此香·여차화겸여차향)/어찌하여 무너진 담장 옆에 버려졌을까?(如何棄擲毁垣傍·여하기척훼원방)/번홍화와 석죽화는 모두 평범한데도(番紅石竹皆凡品·번홍석죽개범품)/오히려 화분을 얻어 아름다움을 바친다네.(猶得盆供薦色光·유득분공천색광)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사인 옥수(玉垂) 조면호(趙冕鎬·1803~1887)의 ‘빼어난 꽃 기이한 향의 백합이 거칠고 더러운 땅에 자라고 있음을 탄식하며’(百合花花秀香異 種在荒穢可歎·백합화화수향이종재황예가탄)로, 그의 문집인 ‘옥수집(玉垂集)’ 권17에 들어있다. 백합의 아름다움과 짙은 향기를 설명하면서 이런 꽃이 무너진 담장 옆에 버려지듯 피어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번홍화(샤프란)와 석죽화(패랭이꽃)같이 평범한 꽃이 오히려 화분에 심겨 대우받음을 볼 때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안타까운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꽃으로서는 자유롭게 피어 모든 사람의 눈길을 받는 게 더 좋을지 모른다.

위 시에서 백합은 나리꽃이다. 백합은 나리의 한자 이름으로, 마늘과 비슷한 알뿌리로 여러 작은 조각이 합쳐져 하나의 뿌리를 이루는 데서 유래한다. ‘참나리’라고도 하는 토종 백합을 일컫는다.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은 ‘산림경제’에서 “그 뿌리가 백 조각(百片)인데 포개져 붙어 있으므로 백합이라 한다”고 했다. 나리꽃은 둥글게 말리는 주황색 꽃잎에 검은 점들이 박혀 있다. 줄기에 까만 씨앗이 줄줄이 달려있어 번식이 잘 되는 모양이다. 우리가 백합이라고 부르는 꽃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다.

어제도 필자는 나리꽃을 보며 화개골에서 읍내까지 요금 100원인 농어촌버스를 타고 갔다. 하동읍내 시장 안 ‘밤골집’에서 점심으로 시래깃국을 먹을 요량이었다. 식탁 하나뿐인 좁은 식당 안에 나리꽃이 있었다. 강월례(61) 사장님이 농사지은 농작물로 만든 반찬이 10여 가지, 무청으로 끓인 시래깃국이 나온다. 밥은 찰지고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 밥값이 4000원이다. 머릿속에 나리꽃으로 가득 차 있던 필자는 나물 반찬을 먹으며 ‘참나리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