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4> 백성의 목숨을 이어주던 콩의 꽃을 시로 읊은 조경

백성의 목숨 오직 이것에 달렸으니(民命唯在此·민명유재차)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8-04 18:39:2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벼는 이미 말라 누렇고(早稻已枯黃·조도이고황)/ 늦벼는 생기가 사라졌네.(晩禾生氣斷·만화생기단)/ 물 댄 곳은 한 군데뿐이고(縱有一漑處·종유일개처)/ 이삭이 겨우 한 다발 패었다네.(吐潁縡秉稈·토영재병간)/ 저 아래 습기 찬 밭 돌아보니(眷彼下濕田·권피하습전)/ 콩꽃이 완전히 피려 하네.(菽豆花欲滿·숙두화욕만)/ 백성의 목숨 오직 이것에 달렸으니(民命唯在此· 민명유재차)/ 다행히 모진 가뭄 늦출 수 있으려나.(魃虐幸可緩·발학행가완)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신 조경(趙絅·1586~1669)의 ‘을유년(1645) 윤6월 29일, 이날 장양절이 끝났다. 마침내 큰 가뭄에 대한 시를 짓다(乙酉閏六月二十九日長養節終于是日遂作大熯詩·을유윤육월이십구장양절종우시일수작대한시)’ 일부이다. 장양절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시절로 봄철을 이른다고 한다.

큰 가뭄이 들어 올벼는 누렇게 말랐고, 늦벼는 생기가 없어져 버렸다. 앞으로 뭘 먹고 살 것인가. 시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콩꽃이었다. 아, 저 콩이 사람을 살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백성 목숨이 오로지 저기 콩에 달려 있다. 콩꽃이 지면 콩이 열린다. 그것으로 백성의 굶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게다. 시인은 그 꽃이 반갑다고 읊었다.

콩꽃은 가을 벼를 추수하기 한참 전에 핀다. 배를 곯던 백성은 여름 지날 무렵 피기 시작하는 콩꽃을 보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살았구나! 콩꽃이 지면 그 자리에 콩꼬투리가 열린다. 꽃 하나에 꼬투리 하나가 달리고, 그 속에 콩알이 1~5개 들어 있다. 콩은 밥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두부와 콩국도 해 먹고 메주를 쑤어 간장 된장을 담근다. 우리네 먹을거리에서 가장 친근하기도 하고 빠질 수 없는 곡물이 콩이다. 콩꽃은 그런 꽃이다. 다른 꽃과 달리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 뒤를 생각하며 반기는 꽃이다.

어제 아침 목압서사 아래 복오리민박집 자그마한 텃밭에 앙증맞게 작은 콩꽃이 허옇게 피어 있는 걸 보았다. 피서객들은 떠들고 노느라 콩꽃이 핀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로부터 위의 시처럼 콩꽃이 없는 사람들 목숨을 이어준다고 여러 차례 들은 기억이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0. 10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8. 8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9. 9대출 갈아타라더니…은행 16곳 중 11곳 주담대 ‘금리 역전’
  10. 10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4. 4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9. 9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0. 10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