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5> 정약용이 다산초당에서 한여름 풍경을 읊은 시

그렇지만 타고나길 불성이 아니라서(終是天機非佛性·종시천기비불성)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8-06 18:37:2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비집의 새끼들 점점 깃이 생겨나고(燕家兒子漸生翎·연가아자점생령)/ 어미 제비 때때로 와서 불경 소릴 듣는다네.(燕母時來亦聽經·연모시래역청경)/ 그렇지만 타고나길 불성이 아니라서(終是天機非佛性·종시천기비불성)/ 다시 휙휙 날며 잠자리 낚아챈다네.(還飛去捕綠蜻蜓·환비거포록청정)

위 시는 다산 정약용의 ‘산거잡흥(山居雜興)’ 20수 중 일곱 번째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다산시문집’ 권 5에 수록돼 있다. 그는 시 앞에 다음과 같이 머리글을 썼다. “내가 혜장(惠藏)에게 산거잡흥(山居雜興)을 시로 읊어보라고 했는데, 얼마 후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자꾸 그쪽으로 쏠리면서 내가 만약 그 처지라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그를 대신해서 붓을 잡고 이와 같은 선어(禪語)를 써보았던 것인데 도합 20수에 달한다. … ”

아암 혜장(兒庵 惠藏·1772~1811)은 다산초당 인근 만덕산 백련사(白蓮寺)에 주지로 있던 스님이다. 그는 불경은 물론 유가 지식까지 박식하여 백련사에 있을 때 정약용과 친분이 두터웠다.

정약용이 혜장 스님에게 산거잡흥을 읊어보라고 했다가 자신이 붓을 들고 20수를 지어버렸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는 산길로 1㎞가량 떨어졌다. 정약용이 백련사에 자주 왕래했으므로 어미 제비가 불경 소리를 듣는 곳은 백련사이다. 제비가 타고나기를 불성이 없는데 아무리 불경을 접한들 성불할 리 없다. 스님이 염불하든 말든, 새끼 먹이고 자신도 먹기 위해 본성대로 잠자리를 잡는다. 여름 한낮이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곳 지리산 화개골에도 잠자리가 날아다닌다. 필자가 어릴 때 앉아 있는 잠자리를 뒤쪽에서 살그머니 손을 뻗어 잡으며 놀았다. 주로 왕잠자리를 잡았다. 요즘 왕잠자리를 통 볼 수 없다. 어떤 땐 두 마리가 붙어있는 걸 한꺼번에 잡기도 했다. 더우면 친구들과 집 뒤 작은 강에 들어가 멱을 감았다. 물밤을 따 까먹으며 여름을 보냈다.

이상기후가 생태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비를 퍼붓다 갑자기 멈추는 스콜 현상은 좀 가까이 다가온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가 미친 듯 내리다 멈추면 햇빛이 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7. 7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8. 8"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9. 9[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10. 10“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 1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2. 2[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7. 7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8. 8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9. 9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10. 10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4. 4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5. 5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6. 6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7. 7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8. 8SK지주 최태원 지분율 3% 하락…최 회장 재산분할 자금 충당
  9. 9웰컴저축은행도 정보유출…법인고객 정보 2200건 추정
  10. 10"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7. 7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0. 10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4. 4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5. 5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6. 6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9. 9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10. 10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