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7> 무더운 여름 산속 정자에서 읊은 당나라 고병의 시

수정 달린 발(簾) 흔들리며 실바람 불어와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8-13 18:39:4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녹음 짙은 그늘 여름 해는 길고(綠樹濃陰夏日長·녹수농음하일장)/ 누각의 그림자 연못에 거꾸로 비치네.(樓臺倒影入池塘·누대도영입지당)/ 수정 달린 발(簾) 흔들리니 실바람 불어와(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온 뜰에 얽어매놓은 장미 향기 풍기네.(滿架薔薇一院香·만가장미일원향)

위 시는 당나라 시인 고병(高騈·821?~887)의 ‘여름날 산속 정자에서’(山亭夏日·산정하일)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돼 있다. 고병은 중국 당나라 유주(幽州) 사람으로, 당시 고운 최치원(崔致遠)이 그의 휘하에 있으면서 유명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썼다.

위 시를 읽으면 이미지가 그려진다. 누대 주변에는 나무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누대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마치 누대가 빠져 있는 것처럼 그림자가 비친다. 수정 구슬 달린 발(簾)이 흔들리니 그 사이로 실바람이 불어온다. 장미가 넘어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 얽어매 놓았다. 실바람 부니 장미 향기가 온 뜰에 풍긴다.

시인은 산정에서 더위를 식히며 위 시를 읊었다. 시의 이미지가 매우 회화적이다. 녹음 짙은 나무와 그늘, 물에 비친 누각, 지지대 등을 대 얽어맨 장미 등이 마치 한가로운 여름날 풍경을 수채화로 그린 듯한 느낌이 난다. 또한 묘사 기법이 다양하다. 미풍이 부는 찰나 발의 움직임과 꽃향기 등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렸다.

오늘이 말복(末伏)이다. 사람들은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좀 가시리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오는 22일 처서 때까지는 계속 더울 거라는 전망이다. 날씨가 하도 더워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에도 피서 인파가 계속 들어온다.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계곡에 들어가 물놀이를 한다. 필자도 어제 계곡에 가 바지를 걷고 발을 담갔다. 탁족(濯足)을 한 것이다. 물이 예상보다 차가웠다. 물에 들어가면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일흔 넘은 분들도 기분 좋으신지 “어, 찹다. 너무 찹다”며 첨벙거렸다.

그런데 며칠 전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 놀던 사람들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지리산 계곡은 생각보다 물이 차가우니 술을 마시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유념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6. 6“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9. 9‘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10. 10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8. 8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9. 9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10. 10‘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4. 4‘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5. 5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8. 8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