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8> 어머니의 꽃으로 불리는 원추리꽃을 읊은 미암 유희춘

두 번 절하고 받아 봉한 걸 여니(開緘再拜受·개함재배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8-18 18:45:0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머니께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시어(高堂自斷髮·고당자단발)/ 멀리 있는 아들에게 봉하여 보내셨네.(封寄絶域兒·봉기절역아)/ 멀리 떨어진 곳의 소식이 막히니(絶域音信阻·절역음신조)/ 나의 얼굴과 눈썹을 생각하셨으리라.(想我面與眉·상아면여미)/ 나 또한 마주 대한 듯하여(我亦欲如對·아역욕여대)/ 가히 한 토막 기별을 보낼 수 있으리라.(可送一寸奇·가송일촌기)/ 두 번 절하고 받아 봉한 걸 여니(開緘再拜受·개함재배수)/ 눈 크게 뜨고 있어도 눈물 많이 흐르네.(涕淚紛交頣·체루분교신)

위 시는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1513~1577)의 ‘울면서 훤당에서 부쳐 주신 머리카락을 받네’(泣受萱堂奇髮·읍수훤당기발)로 그의 문집 ‘미암집(眉巖集)’ 권2에 있다. 전체 16구의 시 중에 앞부분 8구만 발췌했다. 뒷부분은 유희춘이 정수리 털을 뽑아 어머니께 부치는 내용이다. 희끗희끗한 것을 가려내지만 어머니께서 아들의 노쇠함에 슬퍼하실까 두렵다고 읊었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미암일기’ 저자인 유희춘은 1547년 양재역(良才驛) 벽서사건에 연루돼 제주도에 유배됐다가 함경도 종성에 안치됐다. 종성에서 19년을 보냈다.

고향 어머니께서 먼 곳에서 유배를 사는 아들을 걱정하여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그러셨을 것이다. 아들은 두 번 절하고 받아 봉해진 것을 뜯는데 눈물부터 흘러내렸다. 아들은 잘 있다는 의미로 정수리의 털을 뽑아 어머니께 보낸다. 어머니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아들은 어머님을 그리워한다.

시제의 ‘훤초(萱草)’는 원추리꽃으로 예부터 어머니를 상징한다. ‘시경(詩經)’에 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대한 아들의 효심을 잘 담은 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한두 명이겠지만 세상에는 어머니를 때리고 죽이는 패륜아도 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아들의 효심을 담은 시로는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의 ‘떠나는 아들이 읊음’(遊子吟·유자음)도 유명하다. 떠나는 아들을 위해 옷을 지으시는데 꼼꼼하게 꿰매시는 건 더디 돌아올까 염려하심인데, 한 치의 풀과 같은 마음으로 보답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목압서사 담장 아래 원추리꽃이 진노랗게 피어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