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9> 선조 사위 박미가 죽자 만사를 지어 그의 삶을 읊은 이식

기름지고 화려한 자리 관심 두지 않고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8-20 18:20:3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脫略膏華地·탈략고화지

기름지고 화려한 자리 관심 두지 않고(脫略膏華地·탈략고화지)/너울너울 문단에서 날아다니셨다네.(婆娑翰墨場·파사한묵장)/ 진작에 맑고 뛰어남을 알고 어여삐 여겼다만(早知憐俊爽·조지련준상)/ 그 누가 기가 꺾이고 몸이 상함을 슬퍼하랴.(誰更惜摧傷·수갱석최상)/ 술에 취해 영욕을 잊어버렸고(熟醉忘榮辱·숙취망영욕)/ 높이 노래 부르며 옳고 그름에서 물러나셨다네.(高吟謝否臧·고음사부장)/ 오로지 부마로서 응했을 따름이어서(唯應恩澤表·유응은택표)/ 당양후에게 부끄럽지 않았다네.(不愧杜當陽·불괴두당양)

위 시는 이식(李植·1584~1647)이 선조 임금의 부마(駙馬·임금의 사위) 박미(朴瀰·1592~1645)가 세상을 뜨자 지은 만사 ‘금양위만 2수(錦陽尉挽二首)’ 중 첫 번째 작품으로, ‘택당집속집(澤堂集續集)’ 권 6에 수록돼 있다.

박미는 또한 선조의 원비 의인왕후의 외손이기도 하다. 1603년(선조 36) 선조의 다섯째 딸인 정안옹주와 혼인하여 금양위(錦陽尉)에 봉해졌다. 그는 재주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부마는 과거 응시와 정치 참여가 불가하였다. 그렇기에 그가 지은 자찬묘지인 자지(自誌)에서 한유의 말을 인용해 자신은 글이나 지으며 한평생 살려 했다고 썼다. 이식도 위 시에서 박미가 문학에 재능이 뛰어났지만 영욕의 자리에서 초월할 수밖에 없어 뜻이 꺾이고 말았던 것을 애석해했다. 그는 부마라는 화려한 명예를 지녔지만 생활은 무척 검소했던 것 같다. 송시열이 지은 박미 비문에 따르면, 자손들은 춥고 굶주림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박미가 죽고 난 뒤 효종은 옹주의 가난을 걱정하여 박미의 아들 세교(世橋)를 특별히 군수에 임명했을 정도였다.

일곱째 구의 ‘은택표(恩澤表)’는 ‘한서(漢書)’에 나오는 ‘외척은택후표(外戚恩澤侯表)’ 준말로, 국구(國舅·임금의 장인)나 부마 등을 가리킨다. 여덟째 구 ‘두당양(杜當陽)’은 당양현후(當陽縣侯)에 봉해진 진(晉)나라 부마 두예(杜預)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 박미의 부친 박동량은 인목대비 폐위 때 선조의 유교(遺敎)를 받은 일곱 신하에 속했다는 이유에서 죄를 입었다. 이식의 시편을 읽다가 박미에 대한 내용이 있어 살펴봤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8. 8[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부산 국힘, 가덕도특별법 개정방침에 “국회에 책임 떠미나” 비판
  8. 8‘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9. 9[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6. 6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7. 7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8. 8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8일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