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2> 매천 황현의 대상(大祥) 때 제문을 지어 부친 난곡 이건방

그 깨끗함은 달과 별이고(星月其潔·성월기결)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9-01 18:40:4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아! 하루저녁에(噫噫一夕·희희일석)/ 천지가 무너졌다오.(天地崩塌·천지붕탑)/ 권세가들은 (일본) 조정에서 춤을 추고(崔盧拜庭·최로배정)/ 꼬리 흔들며 귀 늘어뜨린 채 아양 떤다오.(尾搖耳帖·미요이첩)/ 오직 그대만이 비분을 참지 못하고(惟君慷慨·유군강개)/ 한 번 들이마시고 목숨을 버렸다오.(隕于一歃·원우일삽)/ 그 개결함은 달과 별이고(星月其潔·성월기결)/ 감도는 것은 하늘의 향기라오.(天香其浥·천향기읍)/ 맵디매운 기개가(之氣·열렬지기)/ 만겁이나 드리우리라.(垂于萬劫·수우만겁)

위 제문은 난곡(蘭谷) 이건방(李建芳·1861~1939)의 ‘매천 황현을 기리는 제문’(祭黃梅泉文·제황매천문)으로, 그의 문집인 ‘난곡존고(蘭谷存稿)’에 있다. 전체 글의 일부이다.

황현은 24세인 1878년 서울에 가 이건창·김택영과 교유했다. 52세인 1906년 ‘형남 물가에서 소를 타다’(荊渚騎牛·형저기우)란 시를 지어 “나라가 망할 때는 권세가들이 먼저 망가지는 법(亡國先亡大夫·망국선망대부)/ 양나라 조정에 춤추는 이는 절반이 최씨요 노씨라네.(梁庭舞蹈半崔盧·양정무도반최로)”라고 했다. 당나라가 망하니 당을 무너뜨린 후량(後梁) 조정에 당나라 귀족들이 춤추고 있더라는 말이다. 당시 대한제국이 그랬다. ‘최로(崔盧)’는 망족(望族·명망이 있는 집안), 즉 권세가이다. 국록 먹는 이들이 일본에 빌붙어 아양 떠는 세상이었다.

그가 56세 되던 1910년 음력 7월 28일 이건방에게 간찰을 보냈다. ‘난곡 이건방에게 드리다’(與李蘭谷建芳·여이난곡건방)로 (‘매천집’ 4) 국가 존망이 닥친 시점에 지식인이 느끼는 불안감이 담겼다. 고종이 일본에 나라를 물려준다는 이른바 ‘양국조(讓國詔)’가 음력 8월 3일 구례에 도착했다. 그러자 8월 7일 황현은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기고 자결했다. 위 제문은 이건방이 1912년 8월 7일, 황현의 대상(大祥·죽은 지 두 돌 만에 지내는 제사) 때 보냈다.

얼마 전 필자와 고전 공부를 하는 학인들과 전남 구례군 광의면 월곡마을 매천 황현 순국지인 매천사를 답사했다. 황현의 우국심에 감명받은 학인들은 자주 그의 지조를 언급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