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3> 초가을 풍경과 심사를 읊은 당나라 시인 두보

침상에 기대있다 잎 지는 소리에 놀라네(欹枕初驚一葉風·기침초경일엽풍)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9-03 18:54:0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불꽃 같은 구름은 아직도 기봉에 남았는데(火雲猶未斂奇峰·화운유미렴기봉)/ 침상에 기대있다 잎 지는 소리에 놀라네.(欹枕初驚一葉風·기침초경일엽풍)/ 몇몇 먼 숲에서는 소슬바람 불어오는데(幾處園林蕭瑟裡·기처원림소슬리)/ 어느 집인가 적막 속에 다듬이질 소리가 나네.(誰家砧杵寂寥中·수가침저적료중)/ 매미 소리 끊기듯 이어지듯 남은 달빛 구슬프고(蟬聲斷續悲殘月·선성단속비잔월)/ 반딧불이는 높고 낮게 떠다니며 저녁 하늘 비추네.(螢燄高低照暮空·형염고저조모공)/ 부(賦) 한 편 지어 미앙궁에 다시 바치려고 하다가(賦就金門期再獻·부취금문기재헌)/ 깊은 밤 머리 긁으며 떠도는 신세를 한탄하네.(夜深搔首歎飛蓬·야심소수탄비봉)

위 시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712~770)의 ‘초가을’(新秋·신추)로, ‘천가시(千家詩)’ 권4에 수록돼 있다. 불꽃처럼 덥던 여름철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잎 지는 소리를 듣는다. 숲에서는 소슬바람이 불어오는데 깊은 밤 어느 집에서는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매미의 울음이 간간이 들리고,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금마문에 글을 지어 보내려다가 떠도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주제넘은 일 같아 그만둔다. 두보는 무더위 속에 가을이 왔음을 시인 감성으로 간파한다.

미련의 ‘金門(금문)’은 금마문(金馬門)으로 한(漢)나라 때 미앙궁(未央宮) 문을 일컫는다. 금마문은 문학 하는 선비가 출사(出仕)하는 관서였다. 엊그제 벌초하러 고향에 오가면서 보니 나뭇잎 색이 제법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 아침엔 쌀쌀해 윗옷을 걸치고 외출했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 시끄럽고, 집 안팎으로 귀뚜라미가 뛰어다닌다. 아직 낮에는 덥지만 하늘이 다르고, 초가을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어젯밤 산책하며 보니 나뭇잎이 떨어져 바람에 뒹굴었다. 예전보다 무더운 한해였다. 어떤 사람은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절기를 무시할 수 없다. 오는 7일이 백로(白露)이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이다. 우수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온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4. 4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5. 5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6. 6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7. 7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8. 8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9. 9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3. 3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4. 4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5. 5‘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6. 6“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7. 7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8. 8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9. 9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7. 7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8. 8“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4. 4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5. 5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6. 6“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7. 7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8. 8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9. 9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0. 10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