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5> 물가의 누각에서 옛 연인을 떠올리는 당나라 시인 조하

함께 와 달을 바라보던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9-10 19:09:5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同來望月人何處·동래망월인하처

홀로 강루에 올라 아득한 옛일을 생각하니(獨上江樓思渺然·독상강루사묘연)/ 달빛은 물 같고 물은 하늘 같네.(月光如水水如天·월광여수수여천)/ 함께 와 달을 바라보던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同來望月人何處·동래망월인하처)/ 풍경은 마치 여전히 지난해와 다름없거늘.(風景依稀似去年·풍경의희사거년)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조하(趙嘏·815~856)의 ‘물가의 높은 누각에서 옛 감상에 젖다’(江樓感舊·강루감구)로, 그의 문집 ‘위남집(渭南集)’에 들어있다. 그는 지금의 강소성 회안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위 시는 물가에 세워진 높다란 누각에 올라 사랑하던 여인과 달을 감상하던 추억을 떠올린다. 시에는 깊은 아픔이 담겨 있다. ‘강루(江樓)’는 양자강에 임한 윤주(潤州), 지금의 강소성 진강(鎭江) 부근에 있던 높은 누각이다.

시인은 833년 과거시험을 보러 장안으로 떠났다. 그 사이 절서절도사(浙西節度使)가 시인의 연인, 미희(美姬)를 가로채 버린다. 그는 애통한 심정에 절서절도사에게 시를 지어 보냈는데, 절도사가 두 사람의 만남을 잠시 허락했다. 두 사람은 횡수역(橫水驛)에서 잠시 만났다 이별해야 했다. 시인은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안고 살았는데, 845년 미희가 죽고 만다. 시인은 슬퍼하다가 이듬해 846년 위 시를 지었다.

강루에 올랐다. 미희와 함께 바라보던 저 달이 어제처럼 떠오른다. 지금 그녀는 곁에 없고 달만 덩그렇게 떠 있어 강물을 바라보니 속이 무너진다. 풍경은 지난해와 같을지라도 마음은 같을 수 없다.

어제 남동생이 운영하는 화개버스터미널 옆 쉼표하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집을 살피다가 옆자리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한 아주머니가 “딸이 사귀는 남자를 데려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남자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는 데다 집이 가난하단다. 남자 직업도 변변찮다고 했다. 맞은편 아주머니가 “그러면 얼른 다른 남자로 갈아타야지. 요즘 누가 사랑 타령하면서 살아? 돈이 있어야지 안 그래?” 서글픈 이야기를 듣곤 집에 왔다가 바로 차산에 올라갔다. 땀으로 옷이 다 젖도록 낫으로 풀을 베는데 조하의 시가 생각났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7. 7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8. 8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9. 9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10. 10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6. 6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10. 10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5. 5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6. 6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7. 7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8. 8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