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7>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자명(自銘)을 남긴 이준

죽은 뒤에나 그만둘 수 있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9-24 18:50:3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死而後已·사이후이

…/ 바위에 앉아 책을 읽고(坐石觀書·좌석관서) / 샘물 떠서 티끌을 씻네.(挹泉濯塵·읍천탁진) / 도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難語乎道·난어호도) / 거칠어도 몸에는 적합하네.(粗適於身·조적어신) / 거울을 마주하니 서글프고(臨鏡悵然·임경창연)/ 얼음 밟듯 늘 조심스레 살았네.(履氷無幾·이빙무기)/ 어찌 감히 게으르겠는가(豈敢自懈·기감자해)/ 죽은 뒤에나 그만둘 수 있네.(死而後已·사이후이)

위 글은 이준(李埈·1560~1635)의 ‘자명(自銘)’ 중 뒷부분으로, 그의 문집인 ‘창석집(蒼石集)’ 권 15 ‘명(銘)’에 있다. 자명은 자신의 죽음에 앞서 장차 묘지에 묻을 말을 스스로 쓴 자찬 묘지명이다.

그의 본관은 흥양(興陽·전남 고흥)이고, 고향은 경북 상주 청리면이다. 서애 유성룡(柳成龍)의 문인으로, 1591년 대과에 급제하여 첨지중추부사·승지·부제학 등을 지냈다. 이준은 죽은 뒤에나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을 뿐 살아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자 후손에게 주는 말이다. 맨 끝 행 ‘死而後已’는 자기완성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다는 뜻이다. 이준은 큰 도로 나아가는 공부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점을 자책하였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길을 가다가 쓰러진다는 뜻의 ‘중도이폐(中道而廢)’가 있다. 의지는 있지만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이 쓰러진다는 말이다. ‘시경’ 소아 ‘거할’ 편에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큰길을 걷노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가 이를 두고 “도를 향하여 걷다가 중도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날이 힘껏 행하다가 죽은 후에야 그만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준은 자손에게 물려주는 유언을 자기 묘표로 삼게 하였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가업을 후손이 지켜나가길 기대했다. 그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정도(正道)를 지키며 일생을 산 문신으로 평가받는다.

혼탁하고 무분별한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집안에는 가르침이 있다. 부모들은 그 가르침을 이어받으며 살고, 또 자식들에게 가르침대로 살라고 이른다. 필자는 선친으로부터 ‘올바른 일을 하였더라도 반드시 뒤를 돌아보고 다시 성찰하라’는 뜻인 ‘선행필성(善行必省)’의 가르침을 받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7. 7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0. 10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6. 6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7. 7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8. 8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9. 9“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0. 10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5. 5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8. 8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4. 4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8. 8“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