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1> 율곡 이이가 스님과 ‘시경(詩經)’ 관련 대화하고 써준 시

이는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다(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0-13 18:40:2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물고기는 뛰고 솔개는 날아도 위아래는 같아(魚躍鳶飛上下同·어약연비상하동)/ 이는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다.(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실없이 한번 웃고 신세를 돌아보니(等閑一笑看身世·등한일소간신세)/ 석양 무렵 숲속에 홀로 서 있구나.(獨立斜陽萬木中·독립사양만목중)

위 시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7~1584)의 ‘금강산 작은 암자의 노승에게 주다’(楓嶽贈小菴老僧·풍악증소암노승)로, 그의 문집인 ‘율곡전서(栗谷全書)’ 권 1에 있다. 위 시를 쓰게 된 연유가 ‘병서(幷序)’로 있다. 그는 16세 때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18세 때까지 3년간 묘막(墓幕) 생활을 한 뒤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금강산 마하연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병서에 쓴 것처럼 스님과 일화가 있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이가 암자의 스님에게 물었다.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가 못에서 뛰는 것은 색(色)입니까? 공(空)입니까?” 스님은 “비색비공은 진여체(眞如體)”라고 했다. 이이는 “만일 그렇다면 유가(儒家)의 묘처(妙處)는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이요, 불씨(佛氏)의 도(道)는 문자 밖에 있지 않습니다”고 했다. 그러자 스님이 “당신은 속된 선비가 아니다. 나를 위해 시를 지어 연어(鳶魚)의 구를 풀이해 달라”고 해 위 시를 지었다. ‘시경(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詩云鳶飛戾天魚躍于淵·시운연비려천, 어약우연)가 있다.

위 시에서 이이는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나는 것을 상반된 개념으로 보지 않고, 존재의 같은 본질이 위아래로 나타난 조화된 현상으로 파악한다. 삶·죽음도 상반된 게 아니라, 마찬가지로 같은 본질에서 나타난 조화된 현상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삶과 죽음의 문제가 유가사상(儒家思想)에서 해결됨을 알고 유가로 회귀했다.

그제 전남 장성에서 불쑥 찾아오신 한학자 두 분과 목압서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한 분이 ‘시경’의 위 내용의 뜻을 어떻게 풀이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필자가 최근 이이의 위 시를 읽은 터라 예를 들며 설명했다. 대립된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가장 쉬운 예가 부부의 관계라고 덧붙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6. 6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7. 7[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8. 8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9. 9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6. 6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9. 9[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10. 10군면제 자랑하더니…최휘영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종합 대책 강구”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전국 건설 현장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은 추락으로 봉변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4. 4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5. 5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8. 8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9. 9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0. 10“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8. 8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