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2> 조선 전기 함양 출신 유호인이 천왕봉에 올라 읊은 시

고금을 우러르고 굽어봐도 눈 아래에 있을 뿐(俯仰今古只眼底·부앙금고지안저)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0-15 18:42:27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천왕봉에 올라 온갖 신선들에 예를 표하니(天王峯上揖群仙·천왕봉상읍군선)/ 순식간에 환한 빛 구름안개 사이로 날아오르네.(須臾閃爍飛雲煙·수유섬삭비운연)/ 고금을 우러르고 굽어봐도 눈 아래에 있을 뿐(俯仰今古只眼底·부앙금고지안저)/ 한 세상의 모든 것 부질없이 아득하여라.(一區萬象空蒼然·일구만상공창연)

위 시는 경남 함양 출신 문사인 뇌계(㵢溪) 유호인(兪好仁·1445~1494)이 1472년 스승 김종직(金宗直)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지은 ‘두류가(頭流歌)’ 9수 중 여덟 번째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뇌계집(㵢溪集)’ 권 2에 있다. 유호인이 천왕봉에 올라 산신들에게 예를 올리니 운무가 자욱해 사위 분간이 안 되다가 갑자기 환해졌다. 모든 것이 눈 아래에 있고, 세상일이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왕봉은 어느 방향에서 오르든 힘이 든다. 가장 힘든 코스는 산청군 중산리에서 오르는 길이다. 천왕봉 정상에 설 때 기분은 쾌감 그 자체다. 땀을 많이 쏟기 때문이다. 유호인의 말 대로 정상에서 바라보면 삼라만상이 모두 아래로 보인다. 또한 산 아래에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살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지난 4, 5일 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9, 10일 천왕봉에서 벽소령까지 나눠 2박 4일간 ‘성중종주’를 했다. 천왕봉에는 지난 10일 오후에 올랐다. 정상 아래는 운무에 가려 있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천왕봉에는 30여 차례 오른 것 같다. 대학생 때 10여 차례, 신문사 재직 때 10여 차례 올랐다. 30대 후반에는 10년간 해마다 천왕봉 일출 사진을 찍는다고, 그 전날 중산리에서 정상에 올라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면암 최익현(崔益鉉)은 시 ‘천왕봉(天王峰)’에서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 게 어느 해였던가?(乾坤初闢在何年·건곤초벽재하년)/ 두류산을 준비하여 저 하늘 떠받쳤네.(準備頭流擎彼天·준비두류경피천) …”라며, 두류산이 하늘을 떠받친다고 표현했다. 천왕봉은 1915m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너무 힘들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불린다. 조선 시대에는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7. 7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8. 8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9. 9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0. 10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6. 6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7. 7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8. 8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5. 5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6. 6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7. 7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8. 8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