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7> 조선 말기 이정직이 길을 가다 낯선 마을을 보고 읊은 시

멀리서 바라보니 그 깨끗하기가 더할 수 없으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1-03 19:38:3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遙望極淸絶·요망극청절

흰 구름이 비스듬히 마을에 내려앉고(白雲橫里落·백운횡리락) / 소나무와 대나무가 절로 울타리를 이루네.(松竹自成籬·송죽자성리) / 멀리서 바라보니 맑기가 더할 수 없으니(遙望極淸絶·요망극청절)/ 사는 사람은 응당 알지 못할 터라네.(居人應未知·거인응미지)

위 시는 조선 말기 학자인 이정직(李定稷·1841~1910)의 시 ‘길을 가다가 본 바를 적음’(道中記所見·도중기소견)으로, 그의 문집인 ‘석정집(石亭集)’에 수록돼 있다. 그의 문집의 서문은 이건방과 황현 등이 썼다. 7권 3책의 문집에는 황현과 주고받은 시와 편지 등이 실려있다.

시 제목에 ‘도중(道中)’이 있음을 보면 시인이 어디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길을 걷고 있다. 시 내용으로 짐작할 때 낯선 곳이다.

흰 뭉게구름이 마을 위로 낮게 내려앉고 있다. 저 멀리 있는 어느 집을 보니 소나무와 대나무가 많이 자라있다. ‘저 집은 울타리가 필요 없겠구나’는 생각이 든다. 길 가면서 멀리서 바라보니 하늘과 구름뿐만 아니라 저 집의 나무들까지 어쩌면 저리도 맑고 깨끗해 보일까? 아름답다는 말이다. 한 폭의 그림이다. 정작 저 집에 사는 주인은 자신이 저토록 아름다운 집에서 사는지 잘 모를 게다. 낯선 지역을 걸으면서 그곳 마을 풍경과 하늘과 그리고 논밭, 나무들을 유심히 본 사람만이 위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냥 빠르게 걷기만 해서는 그런 걸 눈으로도 볼 수 없고, 마음에도 담을 수가 없다.

필자가 걷고 있는 스페인 북서부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농경지와 목축지가 많다. 마을로 연결돼 있다. 마을마다 성당이 있다. 중세 때부터 순례자들이 걸었다는 길이다. 마을에 있는 성당에 들어가 미사도 올리고 아마 그곳에서 숙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마을마다 한두 곳씩 카페가 있어 순례자들이 커피도 마시고 빵을 사서 먹는다.

스페인 남부 지방은 물난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나고 재물손괴도 많았다. 하지만 산티아고 길은 비가 자주 내리나 하늘이 맑다. 구름도 아름답고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곳도 자연환경이 참으로 빼어나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사는지 알지 못하리란 생각을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7. 7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