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懷歸傷暮秋·회귀상모추
고향을 떠나 이 누각에 오르니(去國登玆樓·거국등자루)/ 고향 생각에 늦가을의 슬픔에 잠기누나.(懷歸傷暮秋·회귀상모추)/ 하늘은 끝없고 해는 멀리 지려는데(天長落日遠·천장낙일원)/ 강물은 깨끗해 찬 물결 일며 흐르네.(水淨寒波流·수정한파류)/ 장안 쪽 구름은 산마루 나무에서 일고(秦雲起嶺樹·진운기영수)/ 북쪽 오랑캐 땅에서 날아온 기러기 모래톱에 있누나.(胡雁飛沙洲·호안비사주)/ 넓고도 아득하네! 몇만 리 밖의 고향인가(蒼蒼幾萬里·창창기만리)/ 바라보이지 않는 그곳이 나를 시름겹게 하누나.(極目令人愁·극목영인수)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신평루에 올라’(登新平樓·등신평루)로, ‘한시작가작품사전’(국학자료원 출판)에 수록돼 있다. 신평루는 이백의 고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누각이다. 거기 올라 늦가을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경을 읊었다. 이백 작품답게 감성이 묻어나면서도 유려하다. 신평루는 당나라 때 신평군(新平郡)에 있던 누각으로, 지금의 섬서성 빈현(彬縣)이다. 고향인 촉과는 아주 멀다. 다섯째 구의 ‘진운(秦雲)’은 진 지방 곧 서울인 장안 쪽 구름을 뜻한다. 여섯째 구 ‘호안(胡雁)’은 오랑캐 땅의 기러기, 즉 북쪽 기러기이다. 이백은 촉나라 금주 창륭현 출생으로, 지금의 사천성 강유(江油)시 청련이다. 그는 유람하기를 좋아했다. 현종의 부름을 받아 잠시 벼슬하다 장안을 떠나 낙양·개봉 등지를 돌며 여행했다. 이때 낙양에서 두보와 만났다. 그러다 이백은 안휘성 당도현에서 61세에 병사했다.
위 시는 어렵지 않다. 둘째 구의 ‘고향 생각에 늦가을의 슬픔에 잠기는구나’와 마지막 구의 ‘더 바라보이지 않는 거기가 나를 시름겹게 하네’에서 만추에 고향을 그리는 그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다.
필자가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늦가을 흥취가 가득 묻어난다. 어제 걷던 길에서는 유난히도 은행나무와 포플러나무 이파리가 많이 떨어져 뒹굴었다. 이백의 위 시 둘째 구와 마지막 구가 생각났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생각이 나면서 김치찌개와 삼겹살을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기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무려 8시간 차이가 난다. 걷다 보면 온갖 생각이 다 난다. 역시 대한민국이 살기좋은 나라라는 걸 절절하게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