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塡壑埋山極目同·전학매산극목동
골을 메우고 산을 덮어 보이는 모든 게 같으니(塡壑埋山極目同·전학매산극목동)/ 아름다운 옥의 세계이자 수정으로 만든 궁궐이네.(瓊瑤世界水晶宮·경요세계수정궁)/ 인간 세상에 화가가 무수히 많다는 걸 알지만(人間畵史知無數·인간화사지무수)/ 음양을 변화시키는 공을 그려내긴 어렵다네.(難寫陰陽變化功·난사음양변화공)
위 시는 조선 중기 문사인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의 ‘큰 눈이 내리고’(大雪·대설)로, 그의 문집인 ‘상촌고(象村稿)’에 들어 있다.
그는 좌의정 영의정을 지낸 문사이자 문장에 뛰어나 이정귀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문장 4대가로 불렸다. 이항복 이수광 등과 교유했다. 아마 큰 눈이 내린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읊은 시이다. 첫 구는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모습을 묘사한다. 둘째 구 ‘極目同(극목동)’이란 눈에 보이는 만물이 흰 눈으로 덮였음을 뜻한다. 셋째 구·넷째 구에서는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많지만 이처럼 자연의 조화를 그리기는 힘들다는 내용이다. 즉, 화가는 보이는 사실은 잘 그려낸다. 하지만 살아있는 자연이 만드는 음양 조화를 그려내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대설이 내린 상황을 묘사하면서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자연의 조화를 읊고 있다. 겨울인 12월 들어서기 전인 11월에 우리나라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서울엔 1907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7년 만에 11월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서울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건 2010년 1월 이후 14년 만이라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대거 결항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필자는 어제인 12월 1일 파리 드골공항에서 45일 만에 귀국했다.
걱정했으나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필자는 원래 10일 뒤 귀국하려 했으나 여러 일 때문에 일찍 돌아왔다. 비행기를 타기 전 거울을 보니 웬 할아버지가 보였다. 머리는 더 허옇게 변해 있고, 흰 눈썹도 많이 생겼다. 수염까지 일주일 정도 깎지 않아 더 늙어(?) 보였다. 꼬박 40일간 생장~콤포스텔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고 그런가. 앞으로 부분적으로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도 올레길 등도 완주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