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36> 책읽는 방법을 일러준 주자와 거창의 문사 정온

가슴속에 기준이 없어서 대부분 미혹당한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1-12 18:27:4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胸中無一箇權衡, 多爲所惑·흉중무일개권형, 다위소혹

무릇 독서할 때 먼저 ‘논어’와 ‘맹자’를 읽은 뒤에 역사책을 보면, 마치 밝은 거울이 여기에 있어 곱거나 추한 것이 비치는 것과 같다. 만약 철저하게 사서(四書)를 읽지 않고 바로 역사책을 본다면, 가슴속에 기준이 없어서 대부분 미혹된다.

凡讀書, 先讀語孟, 然後觀史, 則如明鑑在此, 而姸醜不可逃. 若未讀徹語孟中庸大學, 便去看史, 胸中無一箇權衡, 多爲所惑.(범독서, 선독어맹, 연후관사, 즉여명감재차, 이연추불가도. 약미독철어맹중용대학, 편거간사, 흉중무일개권형, 다위소혹.)

위 문장은 주희(朱熹·1130~1200)의 ‘주자어류(朱子語類)’ 권 11, 학오(學五) 132에 나온다. 주희에 따르면, 역사서를 읽기 전에 사서(四書)를 먼저 읽어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이 제주도 유배 시절(1614~1623년) 둘째 아들 창훈이 아버지의 적거지에 와 공부했다. 정온은 아들에게 ‘소학’과 ‘심경(心經)’을 먼저 가르쳤고, 이어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를 한동안 읽게 했다.

‘소학’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삶의 기본 형식을 담고 있다. 마당 쓸고 비질하고, 어른을 대하는 태도 등 일상에서 갖출 삶의 예의(에티켓)를 규정해 놓은 책이다. ‘심경’은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 또 놓아버린 마음을 구하기 위한 책이다. 쉽게 말해 착하게, 그리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기준을 먼저 세운 다음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온이 ‘사기’를 읽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를 실천하는 훌륭한 인격의 사람, 또 그렇지 못한 삶을 추구했던 사람 등 다양한 삶을 살았던 인물의 모습을 담은 ‘사서’에서 자신은 어떠한 사람을 본보기로 살아야겠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희와 정온은 이렇게 ‘소학’과 ‘심경’을 읽고 ‘사기’를 읽는 것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 마음에 기준을 세우고, 세계로 나아가는 수양 방법이라고 여겼다.

필자는 엊그제 역사와 고전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경남 거창 동계 고택을 찾아 험난한 시대를 올곧게 산 정온의 정신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