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37> 18세기 조선조의 여행가이자 산악인 정란(鄭瀾)

다른 모든 땅은 내 발로 밟으리라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1-14 19:07:22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餘皆得着脚·여개득착각

산에 오름은 공부하는 것과 같아서(登山如進學·등산여진학)/ 큰 고생 뒤에는 큰 즐거움 얻는다.(大苦必大樂·대고필대락)/ 오직 하늘만을 오르지 못할 뿐이요(惟天下可升·유찬하가승)/ 다른 모든 땅은 내 발로 밟으리라.(餘皆得着脚·여개득착각)

위 시는 성호 이익의 조카인 혜환 이용휴(1708~1782)가 ‘백두산으로 떠나는 정란(鄭瀾·1725~1791)을 배웅하며’ 제목으로 쓴 연작시 중 제7수이다. 그의 문집인 ‘惠寰詩集(혜환시집)에 있다.

정란에게 산을 오르는 일은 공부에 매진하는 것과 같다. 당시 백두산에 오른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했다. 그리하여 정상에 올랐을 때 그 기쁨은 힘든 만큼 크다. 이용휴는 정란이 하늘에 오르는 것 외에는 조선 땅을 다 밟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휴의 표현대로 정란은 조선 천지를 발로 다 누볐다.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태백산 소백산 등 명산을 두루 등반했다. 백두산은 정상까지 올랐고, 금강산은 네 차례나 밟았다.

정란은 경상도 군위군 소보면에서 태어나 청천 신유한(1681~1752) 문하에서 공부했다. 정란이 28세 때 스승 신유한이 세상을 뜨자 공부를 접고 30세부터 여행에 나섰다. 당시 선비가 현실 도피적인 방법의 하나로 여행하던 경향과는 달랐다. 전문 여행가이자 산악인으로 나섰다. 그의 벗인 치암 남경희가 정란은 세속 욕심과 거리가 먼 데다 틀에 박혀 살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18세기 교통수단도 발달하지 않고, 짐승도 많은 시절에 여행가의 삶을 산다는 게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제 고교 동창에게서 안부 전화를 받았다. “산티아고 다녀온 여독은 다 풀렸냐?”고 물어왔다. 그러면서 “백두대간 종주했고, 지리산 종주는 밥 먹듯 했고, 실크로드도 오래 다녔고, 타클라마칸 사막 걷고, 사하라 사막도 일부 걸었으니 한 군데 남았네. PCT(Pacific Crest Trail·멕시코 국경~캐나다 국경·4300㎞) 걸어야지”라고 했다. 필자는 “산티아고 다녀온 뒤 PCT 걷기를 심각하게 생각해 봤는데, 한국인 60대가 걸은 지 사흘 만에 죽었다고 해 겁이 나 포기한 상태”라고 답했다. 문득 정란이 생각났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10. 10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사업비 턱없이 부족”… BS한양,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의사 밝혀
  10. 10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8. 8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9. 9양산시,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오룡마을 선정…2030년 말 준공 목표
  10. 10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