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43>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을 읊은 조선 후기 추재 조수삼

다릿가 봄물엔 달이 둥글게 비치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2-11 18:43:22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橋邊春水月溶溶·교변춘수월용용

다리 위 노니는 사람 만 겹으로 서 있는데(橋上遊人立萬重·교상유인입만중)/ 다릿가 봄물엔 달이 둥글게 비치네.(橋邊春水月溶溶·교변춘수월용용)/ 양 언덕서 서로 노래하고 화답하는데(行歌兩岸遙上答·행가양안요상답)/ 땅 위 가득한 매화 새벽바람에 흔들리네.(滿地梅花五夜風·만지매화오야풍)

위 시는 19세기 시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1762~1849)의 ‘다리밟기’(踏橋·답교)로, 그의 문집인 ‘추재집(秋齋集)’ 권 1에 수록돼 있다. 역과중인(譯科中人) 출신으로 알려진 여항시인 조수삼이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의 세시풍속 중 다리밟기에 대해 읊은 작품이다. 그의 저서 중 당시 하층민들의 모습을 산문과 시로 그린 ‘추재기이(秋齋紀異)’, 중국 주변의 여러 나라에 대해 짧은 산문과 시로 묘사한 ‘외이죽지사(外夷竹枝詞)’ 등은 잘 알려져 있다.

정월대보름에 많은 사람이 일 년 중 가장 큰 달을 보면서 다리 위에서 노닐고 있다. 다리 아래 물에는 둥근 달이 커다랗고 환하게 비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 언덕에서 노래 부르면 저쪽 언덕에서 화답한다. 새벽녘까지 답교놀이를 하는데 매화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의 시 ‘상원죽지사’(上元竹枝詞)에 보면 정월대보름 놀이와 관련해 ‘다리밟기’를 비롯해 ‘종이연’(紙鳶·지연) ‘종소리 듣기’(聽鐘·청종) ‘돌 싸움’(石戰·석전) 등 15수가 실려 있다. ‘상원(上元)’은 정월대보름을, ‘죽지사(竹枝詞)’는 인정과 풍속 등을 노래한 가사를 일컫는다. 이날은 방방곡곡에서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필자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경남 하동의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로부터 “처자 시절에 정월대보름에 달 구경하러 다리에 갔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어떤 분은 “친구와 다리 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 애간장 태웠다”고 하셨다. 답교놀이에서 젊은 남녀가 서로 마음이 동하기도 하는 걸 부모님이 아셨기 때문이다. 하동 화개면민들은 오늘 저녁 섬진강 백사장에서 달집태우기를 한다.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어서 조수삼의 위 시를 골라봤다. 독자 여러분은 오곡밥을 드셨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8. 8“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3. 3“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