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橋邊春水月溶溶·교변춘수월용용
다리 위 노니는 사람 만 겹으로 서 있는데(橋上遊人立萬重·교상유인입만중)/ 다릿가 봄물엔 달이 둥글게 비치네.(橋邊春水月溶溶·교변춘수월용용)/ 양 언덕서 서로 노래하고 화답하는데(行歌兩岸遙上答·행가양안요상답)/ 땅 위 가득한 매화 새벽바람에 흔들리네.(滿地梅花五夜風·만지매화오야풍)
위 시는 19세기 시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1762~1849)의 ‘다리밟기’(踏橋·답교)로, 그의 문집인 ‘추재집(秋齋集)’ 권 1에 수록돼 있다. 역과중인(譯科中人) 출신으로 알려진 여항시인 조수삼이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의 세시풍속 중 다리밟기에 대해 읊은 작품이다. 그의 저서 중 당시 하층민들의 모습을 산문과 시로 그린 ‘추재기이(秋齋紀異)’, 중국 주변의 여러 나라에 대해 짧은 산문과 시로 묘사한 ‘외이죽지사(外夷竹枝詞)’ 등은 잘 알려져 있다.
정월대보름에 많은 사람이 일 년 중 가장 큰 달을 보면서 다리 위에서 노닐고 있다. 다리 아래 물에는 둥근 달이 커다랗고 환하게 비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 언덕에서 노래 부르면 저쪽 언덕에서 화답한다. 새벽녘까지 답교놀이를 하는데 매화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의 시 ‘상원죽지사’(上元竹枝詞)에 보면 정월대보름 놀이와 관련해 ‘다리밟기’를 비롯해 ‘종이연’(紙鳶·지연) ‘종소리 듣기’(聽鐘·청종) ‘돌 싸움’(石戰·석전) 등 15수가 실려 있다. ‘상원(上元)’은 정월대보름을, ‘죽지사(竹枝詞)’는 인정과 풍속 등을 노래한 가사를 일컫는다. 이날은 방방곡곡에서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필자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경남 하동의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로부터 “처자 시절에 정월대보름에 달 구경하러 다리에 갔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어떤 분은 “친구와 다리 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 애간장 태웠다”고 하셨다. 답교놀이에서 젊은 남녀가 서로 마음이 동하기도 하는 걸 부모님이 아셨기 때문이다. 하동 화개면민들은 오늘 저녁 섬진강 백사장에서 달집태우기를 한다.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어서 조수삼의 위 시를 골라봤다. 독자 여러분은 오곡밥을 드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