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47> 매화 보러 떠나는 정선의 그림에 쓴 이병연의 시

매화 핀 곳 알지 못하겠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2-25 18:24:0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不識梅花處·불식매화처

길고 높은 두 봉우리(長了峻雙峰·장료준쌍봉)/ 멀고도 머네 십리 물가 길(漫漫十里渚·만만십리저)/ 마침 새벽 눈 깊어 응하다(祗應曉雪深·지응효설심)/ 매화 핀 곳 알지 못하겠네.(不識梅花處·불식매화처)

위 시는 조선시대 18세기 전반기에 주로 활동한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1751)의 ‘눈 쌓인 벌판을 나귀 타고 가다’(雪坪騎驢·설평기려)로,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에 적힌 제시(題詩)이다. 수묵채색화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제목 ‘설평기려’는 그림에, 시는 왼쪽 별지에 있다. 정선이 1740년(영조 16) 초가을 양천현령(陽川縣令)으로 부임해 그해 겨울 그린 그림이다.

정선은 양천현령을 지낼 때인 1740~1741년 그린 그림을 모아 ‘경외명승첩(京外名勝帖)’을 만들었다. 그 첩에 이 그림이 있다. 정선은 이병연과 시화(詩畫)를 주고받으며 교유했다. 두 사람은 ‘시화환상간(詩畫換相看)’, 즉 시와 그림을 서로 바꿔 보는 방식으로 많은 작품을 낳았고 영조 집권기 ‘그림 겸재, 시 사천’이라는 구도(?)를 형성하며 조선 후기 문예를 부흥했다. 그림 속 인물은 눈 덮인 양천평(陽川坪) 잔로(殘路)를 따라 나귀를 타고 우장산을 향해 가고 있다. 시와 그림 둘 다 차가운 겨울에 탐매(探梅) 하러 떠나는 고아한 심경을 황량한 설경 속에 대조시킨다. 필자는 셋째 구의 ‘應(응)’자 해석에 고민했다. ‘새벽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거기 마음이 뺏기다 보니’라는 뜻으로 봤다. 그래야 넷째 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물론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지식인에게 은일(隱逸) 문화가 있었다. 선비가 벼슬길에 나서지 않거나 벼슬을 버리고 산림으로 숨는 현상이다. 당파싸움으로 처형되거나 유배 가던 선비가 많았던 시기다. 이런 풍류는 정치적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진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어제 박성아 하동문화원 한국학연구소장 등 관계자와 섬진강 건너 다압면 소학정마을 매화를 또 보러 갔다. 그새 조금 더 피어 있었다. 그제 필자가 차산(茶山)에 일하러 올라가니 홍매가 피려고 꽃 몽우리가 조금 열려 있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9. 9“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10. 10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7. 7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