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52> 고려말 조선초의 문인 원천석이 영춘화를 읊은 시

바위에 의지한 한 그루 영춘화가 있네(倚巖一樹迎春花·기암일수영춘화)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3-16 18:27:4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시내에 임하니 돌길이 절을 가리키고(臨溪石路指僧家·임계석로지승가)/ 나막신의 굽 이끄니 풀싹에서 향이 나누나.(屐齒惹香生草芽·극치야향생초아)/ 홀연히 기이한 꽃풀이 객의 눈 놀라게 하고(忽有奇芳驚客眼·홀유기방경객안)/ 바위에 의지한 한 그루 영춘화가 있네.(倚巖一樹迎春花·기암일수영춘화)/ …

위 시는 고려 후기부터 조선 전기까지 생존한 문인인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1330~?)의 ‘적용암에서 노닐면서’(遊寂用菴·유적용암)로, 그의 시집인 ‘운곡행록(耘谷行錄)’ 권 5에 수록돼 있다. 칠언율시이지만 뒤의 네 구절은 사찰과 수행 내용이어서 생략했다. 원천석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교체되는 시기의 문인이다. 그는 고려나 조선왕조에 출사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증언을 남기고자 위 시집을 지었다. 그는 망한 고려 왕조를 회고하며 다음과 같은 시조도 지었다.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 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하노라.”

여하튼 위 시에서 시인은 시냇가에서 돌길을 따라 적용암으로 올라간다. 새로 돋아나는 풀의 싹에서 향이 난다. 바위에 영춘화가 아래로 늘어져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영춘화와 개나리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춘화는 바위나 언덕 등에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며 핀다. 반면 개나리는 가지가 뻣뻣하게 위를 향하며 힘이 있고 키가 크면 곡선을 그리며 휜다. 꽃잎도 영춘화는 넓게 퍼진다.

북송 때 시인 왕안중(王安中·1075~1134)도 ‘영춘화’(迎春化)를 주제로 시를 읊었다. “수북하게 쌓인 겨울 눈을 털어내고(拂去隆冬雪·불거융동설)/ 희롱하듯 온 가지를 샛노랗게 만드네.(弄作滿枝黃·농작만지황)/ 마른 가지에서 밝은 꽃들 피어나니(明花出枯萎·명화출고위)/ 봄바람 불면 가장 먼저 향기롭다네.(東風第一香·동풍제일향)” 영춘화는 말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그리하여 왕안중은 마지막 구절에서 봄에 가장 먼저 향기를 피우는 꽃이라고 했다.

필자는 요즘 매일 같이 차산(茶山)에 올라가 차밭을 덮은 억새와 묵은 고사리 등을 낫으로 잘라내는 작업을 한다. 어제 어둑해질 무렵 산에서 내려오니 개울가에 영춘화가 샛노랗게 피어 있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2. 2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3. 3“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4. 4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5. 5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6. 6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7. 7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8. 8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9. 9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10. 10“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1. 1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2. 2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3. 3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4. 4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5. 5“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6. 6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7. 7김대식, 조작기소법 졸속 처리…“부산글로벌특별법도 조속 처리해야”
  8. 8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9. 9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0. 10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5. 5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8. 8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9. 9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10. 10“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 1“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2. 2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7. 7[속보]만취 승용차로 가게 돌진, 현장에 차 두고 집에서 자던 40대 검거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