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59> 강변의 지는 배꽃을 묘사한 당나라 시인 원진의 시

강변 꽃잎은 어느 곳에서 가장 애간장 끊어지나?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5-04-08 19:13:51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江花何處最腸斷·강화하처최장단

저물 무렵 가릉강 강물 동쪽에(日暮嘉陵江水東 일모가릉강수동)/ 배꽃 잎 만 조각이 강바람에 흩날리누나.(梨花萬片逐江風 이화만편축강풍)/ 강변 꽃잎은 어느 곳에서 가장 애간장을 끊을까?(江花何處最腸斷 강화하처최장단)/ 반은 떨어져 강물에 흐르고 반은 허공에 날리누나.(半落江流半在空 반락강류반재공)

위 시는 중국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779~831)의 ‘강에는 꽃잎 지고’(江花落·강화락)로,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다. 그는 중국 하남성 낙양 출신으로, 저서 ‘元氏長慶集(원씨장경집)’을 남겼다. 당대에 백거이와 더불어 ‘원백(元白)’이라 불렸다.

시인은 강물 동쪽에 배꽃 잎이 지는 걸 보고 시를 읊었다. 가릉강(嘉陵江)은 양쯔강 지류다. 떨어진 배꽃의 반은 강물에 흐르고 반은 허공에 날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셋째 구에서 꽃잎은 어느 곳에서 가장 애간장을 끊을까 하고 반문하는 듯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이 표현은 시인 자신의 심정을 반영한 은유일 수도 있다. 지는 꽃잎을 보면 누구라도 허무나 무상, 그리고 슬픔을 느낀다. 마음에 상처나 슬픔이 많은 사람일수록 떨어지는 꽃잎에 더욱 좌절할 수도 있다.

배꽃을 읊은 시와 시조는 많다. 고려 시대 대문호 이규보는 칠언율시 ‘옥야현 객사 현판의 학사 채보문 이화시에 차운하여’(沃野縣客舍, 次韻板上蔡學士寶文梨花詩·옥야현객사, 차운판상채학사보문이화시)의 미련(尾聯)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비단 소매 걷고 흰 팔 드러낸 채(皓腕佳人披練袂·호완가인피련매)/ 은은한 미소 지으니 마음 몹시도 괴롭네.(微微含笑惱情多·미미함소뇌정다)” 배꽃을 여인의 흰 팔, 즉 하얀 살결 같다고 노래했다.

그제 7일 하동 읍내로 나가다 섬진강 변 배밭에 배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걸 보았다. 배꽃은 다른 꽃에 비해 유난히 희다. 그리하여 달과 가장 잘 어울리는 꽃으로 시인 묵객은 묘사했다. 이조년(1269~1343)의 시조에서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라고 했다.

30, 40년 전에 비해 섬진강 변 배밭이 현저하게 줄었다. 곧 배꽃이 지면서 반은 강물에, 반은 허공에 흩날리리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5. 5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8. 8‘민주항쟁도’ 이철호 작가, 18년 만의 재회
  9. 9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10. 10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9. 9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0. 10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8. 8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부산 초중고에 생성형 AI 보급…사회정서교육 3배로 늘려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5. 5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