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64> 금강산 가면서 소쩍새 소리 들은 17세기 문사 강백년

맑은 대낮 소쩍새 울어대네(淸晝杜鵑啼·청주두견제)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5-04-27 18:27:1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백리 길 사람 소리 들리지 않고(百里無人響·백리무인향)/ 산속 깊은 곳 뭇새만 우네.(山深但鳥啼·산심단조제)/ 스님 만나 가는 길 묻고(逢僧問前路·봉승문전로)/ 스님 가니 길 다시 헷갈리네.(僧過路還迷·승과로환미)/ 나귀 타고 가며 나그네 졸고(騎驢客子睡·기려객자수)/ 맑은 대낮 소쩍새 울어대네.(淸晝杜鵑啼·청주두견제)/ 지는 버들 솜털 풀잎 위 깔리니(落絮連芳草·낙서연방초)/ 산 멀고 가는 길 더 헷갈리네.(山長路轉迷·산장로전미)

위 시는 설봉(雪峯) 강백년(姜栢年·1603~1681)의 ‘금강산 가는 도중에’(金剛道中·금강도중)로, 그의 문집인 ‘설봉유고(雪峯遺稿)’ 권 4의 관동록(關東錄)에 수록돼 있다.

강백년은 1627년(인조 5) 문과에 급제하여 1680년(숙종 6)까지 55년 동안 내외직을 두루 역임한 문사였다. 예조판서·판중추부사 등을 지낸 후 1673년(현종 14) 참찬이 되어 기로소(耆老所)에 들었다. 그의 아들 강현과 손자 강세황도 기로소에 들어 ‘삼세기영지가(三世耆英之家)’로 불렸다. 그는 1690년(숙종 16) 영의정에 추증되었고, 1695년(숙종 21)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다.

위 시를 보면 봄날에 강백년이 금강산에 간다. 백 리를 가는 동안 사람 한 명 없다. 적막한 시골길을 가면서 뭇새 소리만 듣는다. 길에서 만난 스님에게 가는 길을 묻는다.

하지만 그 스님 가고 나니 길은 다시 헷갈린다. 따스한 봄날씨 덕분인지, 시인은 나귀 등에서 깜빡깜빡 존다. 그 와중에 소쩍새 울음소리도 듣는다. 버드나무 솜털이 떨어져 길을 뒤덮는다. 그러지 않아도 헷갈리는 길이 더욱 헷갈린다.

요즘 차산(茶山)에서 매일 찻잎을 딴다. 찻잎이 많이 올라오지 않아 따는 양은 적다. 찻잎을 따며 소쩍새가 소쩍소쩍 우는 소리를 듣는다. 소쩍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그 귀한 소쩍새가 찻잎을 따는 내내 가까이서 운다. 이 새는 낮에는 잠을 자고 주로 밤에 활동한다.

그런데 필자를 위해 대낮에 울어주니 고맙기만 하다. 위 시에서도 소쩍새가 낮에 울었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에 따르면 소쩍새는 두견새와는 좀 다르다. 조류 생태적으로는 다른 새이지만, 문학적으로는 같은 새로 표현되기도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8. 8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