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65> 거제도에서 유배 살고 있는 허약허에게 답시 쓴 이민구

그대 그리워도 아득해 가기 어려우니(瓊樹相望杳難卽·경수상망묘난즉)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5-04-29 18:37:05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봉래의 물 기운 흐렸다 맑았다 하여(蓬萊水氣互陰晴·봉래수기호음청)/ 나그네의 봄 생각 밤낮으로 일어나네.(客思春心日夜生·객사춘심일야생)/ 먼 섬 외딴 봉우리는 하늘가에 걸쳤고(遙嶼斷峯天外落·요서단봉천외락)/ 습한 구름 석양빛은 빗속에 밝구나.(濕雲殘照雨中明·습운잔조우중명)/ 놀란 혼은 남쪽 붕새 따라왔지만(驚魂已逐鵬南徙·경혼이축붕남사)/ 이별한 꿈은 북쪽 가는 기러기 따르겠지.(別夢應隨雁北征·별몽응수안북정)/ 그대 그리워도 아득해 가기 어려우니(瓊樹相望杳難卽·경수상망묘난즉)/ 바다 물결에 외로운 성 바라볼 길도 없네.(滄波無路見孤城·창파무로견고성)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사인 동주(東州) 이민구(李敏求·1589~1670)의 ‘거제도 적소에 있는 허약허의 시에 답하다’(酬許若虛巨濟謫所·주허약허거제적소)로, 그의 문집인 ‘동주집(東州集)’ 권 1 선위록(宣慰錄)에 실린 두 수 중 첫째 수이다.

이조판서를 지낸 지봉 이수광(李晬光)의 아들인 이민구는 1612년 증광문과에 장원급제한 후 대사성·도승지·예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허약허(許若虛)는 허실(許宲·1583~1625)로, 벼슬을 살다가 1618년 작은아버지 허균(許筠)의 역모사건에 연좌되어 유배를 살았다.

위 시 앞에 머리글이 붙어 있다. “내가 장협(張協)의 ‘칠명(七命)’에서 아름다운 수사를 빌리고, 천상의 음악에서 화음(和音)을 불러온다고 해도, 그대의 마음을 풀어줄 수가 없네. …”라며 벗을 염려하는 이민구의 마음이 적혀 있다.

위 시 수련의 ‘봉래(蓬萊)’는 바다 가운데 있다고 전하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허실의 적소인 거제도 앞바다를 상징한다. 미련의 첫 구 ‘경수(瓊樹)’는 중국 남조 양(南朝梁)의 강엄(江淹)의 글에 나오며,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운 임(벗)을 상징한다. 위 시를 통해 조선 후기 이민구와 허실이라는 두 인재의 우정을 엿볼 수 있다. 대개 ‘춘심(春心)’이란 어휘는 봄날의 희망을 노래한다. 그런데 위 시 수련의 ‘춘심’은 유배된 허실이나 위 시를 지은 이민구나 정치 소용돌이에 마음이 늘 혼란스럽다는 중의적 뜻을 함의한다.

현시점 우리나라의 정치적 ‘춘심’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요즘 날씨조차 바람이 많이 불어 어지럽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3. 3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4. 4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5. 5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6. 6[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7. 7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3. 3‘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4. 4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5. 5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6. 6[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7. 7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8. 8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9. 9조국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 사법개혁 적기 놓쳐”
  10. 10[2026 국감 브리핑] 이헌승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환경 전기요금 반영 억눌러”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3. 3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4. 4[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5. 5‘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6. 6'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7. 7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8. 8‘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될 듯…당정 거쳐 결론 전망
  9. 9국회 재경위 "종부세 개편 땐 임차인 세부담↑·수도권 집중 심화"
  10. 10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4. 4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5. 5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6. 6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7. 7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8. 8'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9. 9[속보] 236명 탑승한 제주행 항공기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연기
  10. 10입 헹굴 물 안줬다고…대법 “음주측정결과 증거로 못써”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3. 3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4. 4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5. 5‘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6. 6‘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7. 7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8. 8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9. 9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10. 10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