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令君狂欲顚·영군광욕전

자넬 위해 하나의 생각하고 있으니(爲君設一想·위군설일상)/ 이를테면 자네가 미쳐 자빠지게 하고 싶을 정도라네.(令君狂欲顚·영군광욕전)/ 자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할 때에(乘君不意際·승군불의제)/ 자네 집 문 앞으로 쳐들어갈 것이라네.(直入君門前·직입군문전)

위 시는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1750~1805)의 ‘소석산방에 주다’(寄小石山房·기소석산방) 5수 중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정유각집(貞蕤閣集)’ 권 1에 수록돼 있다.

그는 서얼 출신으로 규장각 검서관직을 역임하였으며, 1776년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과 함께 유명한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사가시집(四家詩集)을 내 문명을 청나라에까지 떨쳤다.

위 시는 소석산방에 머물던 벗인 조덕민(趙德敏)에게 보낸 작품이다. 조덕민은 당시 박제가 이덕무 등과 가깝게 지냈다. 조덕민은 소석산방이란 서재에서 벗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위 시에서 보듯 박제가는 절친한 벗을 위해 깜짝 놀랄 어떤 계획을 세운 듯하다.

중국 북송의 문인인 조보지(晁補之·1053~1110)가 임성여(林聖予)의 ‘봄을 아쉬워 함(惜春·석춘)’이라는 사(詞)를 차운하여 지은 사의 마지막에 이런 글이 있다. ‘송사삼백수(宋詞三百首)’에 실려 있다. “ … 가장 정겨운 일 아직도 있으니(最多情猶有·최다정유유)/ 술잔 앞에서 변치 않은 친구와(樽前靑眼·준전청안)/ 서로 만나 옛일을 즐기는 것이라네.(相逢依舊·상봉의구)”이다. ‘청안(靑眼)’은 눈빛이 푸르게 유지된다는 의미로, 변하지 않는 오래된 친구를 말한다.

그제(23일) 부산 범일동 한 식당에서 1979년 2월 졸업한 부산 대동고등학교 3학년 2반 친구들이 모였다. 김국진·김재용·정주·차동윤·김병희·하강봉·이영주·박정은·이동호·이민철·임윤석(화식) 그리고 필자를 포함해 12명이 참석했다.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필자는 지리산 목압서사까지 되돌아와야 해 먼저 일어났으나 친구들은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기며 회포를 더 풀었다. ‘이렇게 아타(我他) 구분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늙어가는(?) 친구들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