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36> 남원 광한루에서 이몽룡의 실존 인물인 성이성을 떠올리다

금 술잔의 달콤한 술은 백성들의 피요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6-01-13 18:47:34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금 술잔의 달콤한 술은 백성들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옥그릇의 풍성한 안주는 백성들의 살점이다.(玉盤佳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 떨어지는 촛농은 백성의 눈물이며(燭淚落時民淚落·촉루락시민루락)/ 노랫가락 커질수록 원성 소리 드높아진다.(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 시는 소설 ‘춘향전’(春香傳)에 나온다.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 요구를 거부하자 그녀를 옥에 가두고 변학도는 생일잔치를 벌인다. 이때 과거에 장원급제한 이몽룡이 거지 행색으로 들어와 변학도 앞에서 읊은 시이다. 호사스러운 술과 안주가 백성의 피와 살을 착취한 것임을 풍자하고 있다.

남원 광한루(廣寒樓) 옆에 전라도 관찰사와 남원 부사 송덕비를 한데 모아 놓은 곳이 있다. 거기서 춘향이 그네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별도 비석을 하나 볼 수 있다. 1591년 식년문과에 급제한 후 1607~1611년 남원 부사를 지낸 성안의(成安義·1561~1629)의 송덕비이다.

성안의가 남원 부사 재직 당시 성이성(成以性·1595~1664)이란 10대의 아들이 따라와 함께 지냈다. 당시 성이성의 글 스승은 임진왜란 때 남원 의병장이었던 조경남(趙慶男·1570~1641)으로, 야사인 ‘난중잡록(亂中雜錄)’을 펴낸 인물이다. 이 책에 조경남이 중국인에게서 들은 위 시가 소개돼 있다. 성이성은 조경남에게서 위 시를 배웠다. 성안의가 승진해 남원을 떠날 때 성이성은 17살이었다. 성이성은 33세인 1627년 식년시 문과에 급제한 후 4차례 암행어사를 지냈다.

실제로 성이성은 호남지방 암행어사 출두 때 위 시의 1·2행 몇 자만 고쳐 다음과 같이 읊었다. “술동이 안의 맛 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樽中美酒千人血·준중미주천인혈)/ 소반 위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다.(盤上嘉肴萬姓膏·반상가효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 성이성의 4대손 성섭(成涉·1718~1788)이 쓴 ‘교와문고(橋窩文藁)’에 이 시가 실려 있다.

소설 ‘춘향전’이 실존 인물인 성이성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며칠 전에도 필자는 부산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광한루를 산책하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7. 7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8. 8[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9. 9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2. 2[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3. 3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4. 4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5. 5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8. 8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9. 9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10. 10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0. 10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9. 9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0. 10투표자수 허위 25곳 추가 확인…특검, 부산 선관위 등 7곳 압색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