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何人用意寫眞顔·하인용의사진안
일만 이천 봉우리가 모두 개골산인데(萬二千峯皆骨山·만이천봉개골산) / 누가 마음을 기울여 그 참모습 그려낼까.(何人用意寫眞顔·하인용의사진안) / 온갖 향기는 동쪽 먼바다 너머로 퍼지고(衆香浮動扶桑外·중향부동부상외) / 웅장하게 서린 기운은 온 세상에 가득하네.(積氣雄蟠世界間·적기웅반세계간) / 몇 송이 연꽃 같은 봉우리는 흰빛을 드러내고(幾朶芙蓉揚素彩·기타부용양소채) / 소나무와 잣나무 숲 사이에 깊은 절문이 숨었네.(半林松栢隱玄關·반림송백은현관) / 설령 지금 두 발로 그곳을 두루 밟아본들(縱令脚踏須今遍·종령각답수금편) / 어찌 베갯머리에서 마음껏 보는 것만 하랴.(爭似枕邊看不慳·쟁사침변간불간)
위 시는 겸재 정선(謙齋 鄭敾·1676~1759)의 ‘금강전도(金剛全圖·국보 제217호)’ 제화시(題畫詩)로,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1734년(영조 10)에 그림이 그려졌다. 위 시를 겸재가 지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후대 인물이 적었다는 견해도 있다.
필자는 20일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를 관람했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가 평생 그려온 우리 산천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였다.
위 시 첫 구절의 개골산은 금강산의 겨울 이름이다. 나뭇잎이 떨어진 뒤 산의 골격이 드러난 모습에서 비롯됐다.
시에서는 금강산의 웅장한 기운이 온 세상에 서려 있다고 읊는다. 하얀 바위 봉우리를 연꽃에 비유하고, 울창한 소나무와 잣나무 사이에는 깊은 산중의 절문이 숨어 있다고 묘사한다. 특히 마지막 두 구절에서는 금강산을 두루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것보다 베갯머리에 그림을 두고 바라보는 즐거움이 못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림이 그만큼 뛰어남을 말한다.
겸재는 조선 후기 중국의 산수화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우리나라 산천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독자적인 필묵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금강산을 여러 차례 유람하며 그 모습을 다양한 화폭에 담았다. ‘금강전도’에 적힌 ‘누가 마음을 기울여 그 참모습을 그려낼까’라는 물음은 겸재가 평생 추구한 회화 정신을 보여주는 문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