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夜闌星斗燦·야란성두찬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서늘함이 생겨나고(一夜新涼生·일야신량생)/ 찬 귀뚜라미 집 안으로 들어와 우네.(寒蛩入戶鳴·한공입호명)/ 들녘의 샘물은 대숲을 뚫고 흐르는 소리 내고(野泉穿竹響·야천천죽향)/ 마을의 등불은 숲 너머에서 밝게 빛나네.(村火隔林明·촌화격림명)/ 산 위로 달은 삼경이 되어서야 떠오르고(山月三更吐·산월삼경토)/ 강바람은 십 리에 걸쳐 맑고 시원하네.(江風十里淸·강풍십리청)/ 밤이 깊어지니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夜闌星斗燦·야란성두찬)/ 드높은 하늘에는 기러기 떼 비껴 날아가네.(玉宇雁群橫·옥우안군횡).
위 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인인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가을밤에 읊다’(秋夜吟·추야음)로, 그의 문집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권 1 ‘영처시고(嬰處詩稿)’에 수록돼 있다.
위 시는 가을밤이 깊어 가는 모습을 소리와 빛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시의 첫머리에는 계절이 바뀌는 기운이 드러난다. 하루 사이에 밤공기가 서늘해졌고, 귀뚜라미는 집 안으로 들어와 운다. 대숲 사이로 흐르는 샘물 소리가 들리고, 멀리 숲 너머 마을에는 등불이 켜져 있다. 이어 산 위에 달이 떠오르고 강바람이 맑아진다. 시인은 밤이 깊도록 잠들지 않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던 듯하다.
마지막 두 구절에 이르면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그 아래로 기러기 떼가 비스듬히 날아간다. 성두(星斗)는 하늘의 뭇별을 뜻하며, 옥우(玉宇)는 드넓고 맑은 하늘을 아름답게 표현한 말이다. 찬란한 별빛은 정지해 있지만 기러기는 그 사이를 날아간다.
이덕무는 영조와 정조 시대에 활동한 문인으로,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와 함께 조선 후기 한문학의 사가(四家)로 불렸다. 서얼이라는 신분 제약 속에서도 학문과 문장에 힘썼으며,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으로 활동했다.
위 시는 귀뚜라미 울음, 대숲의 물소리, 마을의 등불, 달과 별, 기러기를 차례로 배치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은 가을밤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어젯밤에 목압서사 마당에서 보니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마치 별이란 별은 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듯했다. 이덕무의 시 내용과 상황이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