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달 착륙이라는 우주 개발의 최고 하이라이트를 미국이 선점하자, 이 패배를 만회할 목적으로 소련은 1986년 2월 20일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우주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어로 '평화'를 뜻하는 우주정거장 미르는 '하늘 위의 집'을 갖고 싶었던 인류의 오랜 꿈을 이뤄냈다.

미르는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구 소련 간의 우주개발 경쟁의 산물로 태어났지만 오히려 상호 협력을 통해 더 큰 과학적 진보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발레리 폴랴코프가 미르에서 438일 동안 연속 체류하는 기록을 세웠고, 12개국 우주인 105명이 이곳에서 1만6500여 건의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화재와 충돌, 장비 고장은 물론 구 소련의 붕괴까지 이겨낸 미르호는 2001년 3월 23일 대기권에 진입해 15년의 생애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