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사, 플랜트기자재에 관심…부산시와 함께 특단 대책 강구
- 유럽발위기 등 어두운 전망 속 품질 강화·규모 관리가 중요
- 임기응변식 납품가 인하 안돼
"부산의 조선해양기자재업계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을 부여받았습니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조합은 지난 21일 부산 사상구 파라곤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동형(65·스타코(주) 대표) 현 이사장을 8대 이사장으로 다시 한 번 선임했다. 그는 임기 3년의 조선해양기자재조합 이사장으로 연임한 것이다.
이날 정기총회장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연임의 기쁨보다는 회원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이 좀 더 큰 듯해 보였다. 지역 조선해양기자재업계의 관심은 온통 해양플랜트 진출 여부에 쏠려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가 일반 선박 대신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고 있으나 기자재는 한국이 아닌 유럽업체 몫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오일메이저사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동안 회사(스타코)를 경영하면서 쌓은 해외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작정입니다."
이 이사장은 해양플랜트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처방'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가 그 대책이다.
"물론 리스크도 많습니다. 특성상 기자재가 조금만 잘못돼도 엄청난 손실이 빚어지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길밖에 없고, 의견 결집을 위해서는 '전시회'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해양플랜트 진출 채비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조선업의 호황에 안주하고 지낸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업계와 부산시 등이 머리를 맞대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날 열린 정기총회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200명 가까운 참석자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회원사들이 이 이사장의 리더십을 믿고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옆에 있던 조합 최병국 전무이사가 거들었다. 원칙은 엄하게 지키되 푸근하게 감싸주는 이 이사장의 '형님 리더십'이 먹혀든 결과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조선해양기자재업계의 경기 전망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이사장의 훈수를 부탁했다. "기술력으로 품질을 강화하고 규모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납품 가격을 낮춰서 위기를 벗어나보겠다는 전략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부산대 조선공학과 출신의 이 이사장은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의 전신)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 자리에까지 올랐다. 정확하게 20년을 근무하며 설계와 건조, 수주, 관리까지 선박의 모든 것을 익혔다. 탄탄한 이론과 실무 경험 때문에 경영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선박의 선실 내장재를 주로 생산하는 이 이사장의 스타코는 연매출이 2000억 원에 가까운, 업계에서 손꼽히는 조선기자재 업체다.
지난해 ROTC 중앙회장을 지내기도 한 이 이사장은 장교 출신답게 누구보다 정도 경영을 강조한다. "바른 길로 천천히 걸어온 것이 지금까지 지켜온 경영의 비법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