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시마 불상 밀반입 사건 터져
- 韓日 문화교류 전면 중단 불구
- 일제 때 반출 북정 고분군 유물
- 100년 만에 단기전시 귀환시켜
- 누적관객 10만 명 조기 달성도

- "영구귀환보다 영구대여 현실적"

경남 양산시 북정동 고분군의 부부총 유물이 일제강점기 반출된 이후 10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그 이면에는 지난해 유물전시관장으로 임명된 후 자신의 소임을 부부총 유물의 귀환으로 여겼던 신용철(46) 관장이 있다.

23일 양산유물전시관에서 만난 신 관장은 "부부총 유물은 역사적인 사료로도 중요하지만 양산지역 입장에서는 일본에 빼앗긴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깊은 의미가 있다"며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와 문화의 지역이라는 자긍심을 곧추세우기 위해서 부부총 유물의 귀환은 반드시 이뤄낼 숙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부부총 유물의 귀환에 대한 신 관장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지난해 말 유물전시관장으로 임명되자 마자 지난 4월 양산시유물전시관 개관에 맞춰 부부총 유물을 전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부부총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의 협의가 관건이었다"는 그는 박물관 학회와 연수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과 인맥을 총동원하고, 일본을 오가며 도쿄박물관 측을 설득했다. 그러나 암초는 딴 곳에서 불거졌다. 올해 초 일본 쓰시마섬에서 도난당한 불상 두 점이 국내로 밀반입된 사건이 터지면서 일본 정부에서 한국과의 문화 관련 교류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개관에 맞춰 기획했던 부부총 특별전이 무산돼 아쉬움이 컸지만 그는 '진정한 개관은 부부총 유물이 유물전시관으로 오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발로 뛰었다. 신 관장은 지난 5월부터 도쿄와 양산을 오가며 부부총 유물 전시회의 당위성과 의미를 알렸다. 그의 진정 어린 호소가 도쿄박물관 측을 움직였고, 그렇게 부부총 유물은 100년 만에 고국을 찾게 됐다.

이번 부부총 유물의 귀환은 전국 박물관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냈지만 그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이번 부부총 유물 귀환이 영구적이 아닌 단기 대여를 조건으로 했기 때문이다. 전시회가 끝나는 내년 1월 12일이면 유물들은 다시 도쿄박물관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현실적으로 부부총 유물을 영구 귀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기본협정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이 반출한 부부총 유물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부부총 유물의 영구 귀환보다는 장기 대여로, 장기 대여에서 영구 대여로 전환해 나가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울산 출신으로 동국대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신 관장은 1996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원으로 이 분야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통도사성보박물관장을 역임하고, 동국대와 경성대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등 관련 학계에서는 열정이 많은 학예사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점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당초 올 연말까지 예상했던 유물전시관 누적관람객 10만 명 달성을 두 달이나 앞당겼다. 이는 다른 지자체 박물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 유물전시관을 경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1종 종합박물관으로 등록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양산시립박물관으로 명칭변경과 함께 위상 올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언젠가 유물전시관 전시실 전체를 부부총 유물로 채워 '양산 부부총 유물의 영구 귀환전'을 여는 것이 희망"이라는 그는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힘은 박물관 종사자 몇 명이 아니라 우리 유산에 대한 지역민 및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라며 '백 년 만의 귀환, 양산부부총 특별전'의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