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웨어 로드 숍 전국 1위
- 품질·가격승부 연 20% 성장
- 업계선 어음 안 써 정직 정평
- 제2물류센터로 재도약 의지

그린조이 최순환 회장이 지인들에게 즐겨 보내는 선물이 있다. 스티로폼 상자에 신문지를 넣어 고정한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은 (하동) 매실 장아찌다. 유명 상품이 아닌, 시골 어머니가 일일이 과실을 따 손질해 자식 집에 보내는 그런 장아찌다. 또 다른 그의 선물 목록은 하동 녹차이다. 경남 하동 출생인 그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고향 사랑' 방식이다.

그린조이 최순환 회장은 "기장군 명례산업단지에 짓는 제2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은 최 회장을 최근 회사 본사에서 만났다. 부산 연제구 연산4동 고지대 주택가에 있는 본사는 소박한 외형과 달리 국내 탑 골프웨어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이 배어 나왔다. 회장실 한쪽 벽면에는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물류센터 조감도가 붙어 있었고, 나머지 벽면에는 자사상품사진 가족사진 등이 빼곡히 있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지갑을 꺼내 가장자리가 해진 어머니 사진을 보여주거나 행운을 부른다는 사진을 나눠주는 등 여느 기업체 대표와 달리 흙냄새, 사람 냄새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린조이 제2의 심장 역할을 할 물류센터가 부산 기장군 명례산업단지에서 오는 8월 준공됩니다. 1만 6000여㎡(5000여 평)인데 직원 연수원도 함께 들어올 겁니다. 어때요. 건물 멋지지요?" 제2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지난 40년을 발판 삼아 재도약하겠다는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조감도를 바라봤다.

부산에 뿌리를 둔 그린조이는 1976년 캐주얼 브랜드로 창업한 뒤 현재 국내 대표 골프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린조이는 창업 후 26년간 세일 없는 의류사업을 하다 2000년 골프웨어로 재론칭해 성공했고, 창업 후 40년간 어음을 쓰지 않고 차입 경영을 하지 않는 '정직한'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2007년부터 골프웨어 로드 숍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215개 대리점을 보유해 매년 20%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품질과 좋은 가격으로 승부를 거니 '노 세일' 브랜드라도 우리 제품을 믿고 찾아주시는 고객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부침이 심한 패션 업계에서 어음을 쓰지 않고 현금 결제를 하니 145개 협력업체가 '최순환이 하면 믿을 만하다'며 저희 제품을 최우선으로 만들어 줍디다"라고 말했다. '대리점과 협력사가 부자가 돼야 그린조이도 부자가 된다'는 생각에 사업 초기부터 이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 온 리더십이 사세 확장에 기여했다.

재론칭 당시 대중화된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는 최 회장은 "유행 주기가 빠르고 적정 가격대를 유지해야 하는 캐주얼 브랜드로서는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돈보다는 그린조이라는 대중화된 명품 브랜드를 남겨야겠다는 절박감도 있었다. 당시 국내에 골프 마니아의 수요가 급격히 일어났던 시기도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본사를 부산과 서울로 이원화해 고객층의 니즈를 발 빠르게 수용한 점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

'빗물이 바위 구멍을 뚫듯이 부지런히 일한다'라는 사명을 가슴에 품고 있는 최 회장은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지금껏 달려왔다. "시간을 억수로 아껴 씁니다. 3남 3녀의 차남이었는데 어린 시절 형이 죽는 바람에 엉겁결에 장남이 됐어요. 부모와 동생들 봉양에, 내 꿈도 펼치려니 허투루 쓸 시간이 없더군요."

요즘도 최 회장은 매일 아침이 바쁘다. 18년간 독서 경영을 해 오다 2년 전부터 자신의 경영 노하우나 마케팅 방법, 좋은 글귀 등을 써서 대리점주들과 직원들에게 카톡으로 보내고 있다. "매일 새 글을 쓰려니 힘들어요. 그래도 국제신문 칼럼을 몇 년 쓰면서 글솜씨가 나아졌는지 다들 재미있다고 하네요. 오랜 시간 책과 접하면서 에너지가 생겼고 이것이 자신감, 리더십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고객을 속이면 망한다'고 강조한 최 회장은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변화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다지겠노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