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싱가포르 등
- 세계적 창업도시 모두 항구
- 열린 문화에 지정학적 이점
- 분야 안 가리고 기술력 중시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지역의 유망 기술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부산형 팁스(TIPS) 타운인 '센탑'(센텀기술창업타운·CENTAP)이 문을 열었다. 팁스는 중소기업청이 시행하는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생존율이 낮은 아이디어형 창업에 치우친 창업 생태계를 기술창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조업과 IT를 융합한 기술창업에 주목하는 부산을 위한 맞춤 처방이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는 "부산은 스타트업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최적의 도시"라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센탑의 성공을 위해서는 창업팀을 선발해 투자와 집중적인 육성을 담당하는 운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운영사 중 한 곳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이하 쿨리지코너)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VC)이다. 2010년 설립 이후 5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운용자산은 700억 원 규모다. 설립한 지 5년을 갓 넘겼지만 예비창업자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다. 벤처캐피털 중 유일하게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를 운영하며, 자금 지원뿐 아니라 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육성까지 돕기 때문이다. 투자회수 능력도 인정받아 '2015 한국벤처캐피털 대상'에서 '베스트 이노베이티브 하우스' 상을 받기도 했다.

쿨리지코너 권혁태 대표는 유망 벤처캐피털의 대표이지만 센탑 운영을 위해 아예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권 대표는 "현재 쿨리지코너가 운영하는 펀드가 7개인데, 7개 중 1개를 위해 대표이사가 부산으로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심이다.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어떤 비전을 본 것일까. 권 대표는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려면 내수 시장만으로는 역부족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향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부산이 최적의 도시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이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인 점은 큰 요인이다. 그는 "세계적인 창업 도시를 살펴보면 모두 항구도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이 그 예다. 항구도시는 외국인을 수용하는 문화가 있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것도 외국인에게 열려 있는 지역문화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80%를 외국인과 외국인 기업이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인 요인에도 주목했다. 권 대표는 "부산은 중국, 일본의 시장과 기술을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생긴다면 부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점은 쿨리지코너만의 전략이다. 권 대표는 "어느 정도 국내에서 자리 잡은 스타트업을 진출시킨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먼저 시장에 진출하고 현지 반응에 따라 발전시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기술창업타운인 '센탑'에 주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권 대표는 "부산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기술이 제조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도 기술기업이다. 제조업, 소프트웨어, IT서비스 등 제한을 두지 않고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발굴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쿨리지코너는 또 부산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권 대표는 "페이스북 이전에 싸이월드가 있고, 아이팟 전에 아이리버가 있었다. 부산에서 시작해 국내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해외 진출 가능성을 점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부산 창업자들의 실력과 의지가 수도권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방향만 제시해주면 금방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국가대표 코치처럼 부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