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에 설치 자동심장충격기
- 지정된 지역 거점약국서 관리
- 심정지환자 신속대처 나설 것
-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도 강화

'하이테크 하이터치 시대'에 약국이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단순히 약을 파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창하는 사람이 있다. "약국이 지역주민의 건강을 상담하고 질병 예방을 선제적으로 돕는 '건강 사랑방'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하이테크 하이터치'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쓴 같은 제목의 책에 나오는 용어로, 첨단 기술이 도입될수록 그 반작용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성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장이 "약국이 지역주민을 위한 '건강 사랑방'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창욱(53) 부산시약사회장은 7일 "4차 산업혁명과 100세 시대라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약국도 발 빠르게 변해야 한다. 특히 약사의 전문지식을 살려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말 취임한 최 회장은 임기 3년 중 2년 차를 맞아 약국의 변신을 통해 시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특히 시약사회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축 약사회관의 공사비 45억 원 가운데 80%를 회원 성금으로 마련한 것을 계기로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시 약사회 차원에서 시내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의 관리를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주요 건강지표가 다른 대도시보다 현저히 낮고 응급의료 대책으로 나온 자동심장충격기 보급률도 떨어져요. 부산지역 1600여 약국 가운데 거점 약국을 선정하고 그 약사들이 자동심장충격기 작동법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해 시민의 생명을 구할 생각이에요. 자동심장충격기 배터리와 패드 등 소모품을 약국에서 교체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부산시와 협의하겠습니다."?

그는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령사회를 맞아 어르신들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요통 등 만성질환 약에다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보약까지 약을 배부를 정도로 드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면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죠. 약사와 상담해 중복되고 성분이 비슷한 약을 걸러줘야 합니다. '약사 상담제' 시범약국을 정해 약사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정해진 시간에 찾아오는 시민에게 약물 오남용 예방 및 건강 상담을 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해요." 시약사회는 현재 학교 경로당 등 원하는 곳이 있으면 약사를 보내 약물 오남용 예방 및 건강 교육을 무료로 하고 있다.

그는 불신을 초래하는 '카운터(무자격) 약사' 문제와 관련해 "약사들이 명찰을 달고 근무하는 것이 의무화된 터라 한술 더 떠 약사의 얼굴 사진과 출신 학교, 연수 경력 등을 붙여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약사 실명제'를 도입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진료실 앞에 해당 의사의 출신 학교와 연수 경력이 얼굴 사진과 붙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최 회장이 구상하는 '건강 사랑방'은 어떤 모습일까. "깨끗한 인테리어를 한 약국에 다양한 건강기능식품과 헬스기구가 진열돼 시민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죠. 아파서 병원 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오는 게 아니에요.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려고 식이 조절, 운동, 체중 관리 등 건강에 관해 약사와 편안하게 상담한 뒤 필요한 영양제 같은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사 가는 거죠."

그는 이런 약국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약사회 회장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종전에 운영하던 약국을 접었다. 최 회장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부산동고와 경성대 약대를 졸업했고 부산시약사회 총무이사(6년) 부회장(3년) 등을 지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