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째 맞아 경연 중심 탈피
- 현장서 연극제 대중화 모색
- 초연 규정 완화, 소통 강화
- 기자단 운영, 관객과 대화도

제35회 부산연극제 예술감독을 맡은 강성우(42) 씨가 말했다. "올해 35회를 맞는 부산연극제는 전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이 잘 몰라요. 연극인만의 축제로 이어져왔기 때문이죠. 올해는 연극제의 벽을 많이 허물고, 문을 활짝 열어 관객이 편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보려 합니다."

강성우 예술감독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산연극제를 꾸려가겠다"고 밝혔다. 김성효 기자

부산연극제를 주최하는 ㈔부산연극협회는 10여 년 전 도입했다 없어진 예술감독을 올해 부활시켰고, 극단 누리에 상임연출인 강성우 씨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그간 협회 사무국이 운영을 맡았지만, 경연 부문 외 부대 행사나 시민 참여까지 세심하게 운영하기는 어려웠다. 협회는 예술감독제를 통해 기존 경연 중심에서 즐기는 축제로 다채롭게 꾸려갈 그림을 그렸다. 올해 연극제는 오는 31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다.

연극제의 문을 활짝 열기 위한 강 감독의 방안은 두 가지다. 내부적으로 연극인 간의 교류를 활성화해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함께 만들고, 외부적으로는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규정도 바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창작 초연' 규정의 완화다. 부산연극제는 지역 희곡 육성을 위해 2005년부터 참가 조건을 창작 초연으로 제한했으나 작품 완성도 저하 등 부작용으로 찬반 의견이 뚜렷했다.

"창작초연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희곡 확보도 어려운 연극계 사정에서 지루하고 탄탄하지 못한 작품이 올라온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는 동안 관객은 점차 떠나갔고, 장기적으로 부산연극계의 손실로 연결됐죠. 지금까지 관객들은 기다려 줬잖아요. 이젠 우리 기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관객도 즐기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 대신 규정의 취지를 생각해 완전히 무너뜨리진 않고 '1년 내 공연됐던 작품'으로 완화를 했죠."

규정 완화에 따라 올해 경연 부문의 7개 참가팀 중 3팀은 재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더블스테이지, 극연구집단 시나위, 배우창고가 수혜자다. 강 감독은 "연출자들이 다 후배다. '선배로서' 재공연인 만큼 완성도 높은 공연을 간곡히 당부하겠다"고 웃었다.

강 감독은 "내가 부산 연극계에서 중간 세대다. 이번 경연 참가 극단 일곱 팀만 봐도 세 팀은 후배, 나머지 팀은 선배다. 이제는 선배들과 술자리에서 연극 이야기도 좀 편하게 나눌 수 있고, 후배들과도 세대 차가 크지 않은 나이라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술감독을 맡게 되어 감사했다"며 "선후배 간 소통 강화에 특히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예술감독에 앞서 같은 연극인으로서 이번 축제의 소통에 확실한 매개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경력을 봐도 역할을 해내기 알맞다. 1998년 극단 누리에 입단 후 20년 동안 부산 연극계에 몸담았고, 부산연극협회 사무국장과 부지회장 등을 거치며 연극계 곳곳을 두루 파악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동료로서 이번 경연 극단의 연습 현장을 사전에 돌아보며 함께 작품도 고민해 볼 계획이다. 그는 "나도 연출자지만 연출은 기댈 데가 없다. 가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관객과 더 호흡할 수 있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부산연극제 역사상 처음으로 심사기준의 세부 항목을 마련해 객관성을 높이고, 작품이 끝난 후 무대와 거리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대폭 늘리고, 시민기자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극인과 시민의 거리를 줄여나갈 목표를 갖고 있다.

강 감독은 "관객은 재미있으면 또 찾게 되어 있다. 예술인(연극인)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사회에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이다. 관객과 꾸준히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더 넓은 관극문화를 만들어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문턱을 낮춘 올해 부산연극제가 기대되는 이유다.

강 예술감독은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 부산예술대학 연극과(1기)를 졸업했다. 1998년 극단 누리에에 입단해 현재 상임연출을 맡고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