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 미술비평지 제작 계기
- 7년 전 독립출판 서점 동업
- 책·소품·문구 팔고 카페도
- 작가 원화 전시, 북페어 개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사지 않는다'는 걱정은 오래된 얘기다. 그러니 대학가의 오래된 사회과학서적 서점이나 작은 서점이 버티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누군가는 살아남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그러면서 골목의, 동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는 독립출판 서점이 부산 인문지도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구영경(왼쪽) 구나연 샵메이커즈 공동대표는 "부산인문지도 제작 참여를 부산의 대표 독립서점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효 기자

'샵메이커즈(shop Makers)'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원룸이 빼곡한 곳에 있다. 구나연(36) 공동대표는 "2010년 11월에 문을 열 때만 해도 오래된 주택이 즐비한 조용한 동네였다. 당시 독립출판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을 때라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메이커즈란 이름을 달고 시작했다"고 했다. 구영경(39) 공동대표는 "처음엔 핸드메이드 가구 쇼룸으로 시작했다. 지인 중 가구 디자이너가 있어 그 가구 위에 독립출판 서적을 올려서 같이 판매하는 협업 형태였다. 현재는 책 외에도 다양한 소품, 문구류도 갖추고 있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의 전공은 각각 어학과 미술로 서로 다르지만 같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났다. 이들의 역사는 2009년 12월 내놓았던 미술비평지인 'CRACKER 달지 않은'에서 시작됐다. 구나연 대표는 "4년 동안 격월간으로 광고 없이 필자들의 재능기부로 채워갔다. 그리고 둘 다 회사를 관두고 계속 만들다가 2014년에 폐간호를 내고 정리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곁에서 구영경 대표는 "독립출판을 경험한 셈이다. 독립출판은 인간이 태어나서 성인으로 독립하는 과정과 같은 데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립출판을 하는 이들의 결과물을 지지하고 같이 즐기는 공간을 만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책은 900여 종, 문구류는 100종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독립서적 판매뿐 아니라 한쪽에는 차를 마시는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입점 신청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두 사람이 서점 성격에 맞는지, 독립 출판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잘 살펴본다. 구나연 대표는 "장르에 한정은 없다. 문학부터 그래픽 노블, 사진집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두 달에 한 번씩은 행업 픽처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독립출판물이나 작가들이 책에서 선보인 작업을 프린트하거나 원화를 전시하는 작업이다. 그림, 사진 모두 포함되며 다음 달에는 일러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최근 부산인문지도 제작에 참여한 계기가 궁금했다. 구나연 대표는 "퍼니플랜과 인문360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서 서울 경기를 제외한 6개 도시에서 인문학적인 공간을 찾아 소개하고 지도로 제작하는 거였다. 부산에서는 샵메이커즈가 꼭 해줬으면 한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림은 니나내나 스튜디오의 윤미경 디자이너가 맡아서 작업했다"고 했다. 샵메이커즈가 부산의 대표적인 독립서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해 해운대 아트소향 갤러리에서 제1회 부산아트북 페어를 열었다. 부산교대 인근에 있던 독립 서점 프롬더북스가 폐점하고 프롬숍으로 다시 열면서 공동주최했다. 구나연 대표는 "창작자와 독자가 1 대 1로 만나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도 하니 서로에게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올해도 오는 7월에 2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구영경 대표는 "제주도의 소소한 서점을 언급하면서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아트북 페어를 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이 많아져 놀랐다.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제일 안타까울 때는 다른 지역에서 부산을 방문한 사람이 부산지역 작가의 작품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라고 했다. "부산 작가가 더 늘어나 이런 요청에 활발히 답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지역의 창작자들을 응원했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