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년 다도생활 즐거움 정리

- ‘차는 재미있다’ 책 출간

- 군부 시대 해직 기자 출신

- 하동 고향 아내 만나 차 입문

- 다원 운영하며 다도교실 열어

- 3500여 명 차인 길러내

- “3食6茶하면 정신 맑아져”

“다도의 기본 정신이라면 ‘참선’을 말할 수 있겠죠. 차를 마시며 나의 참모습을 알아가는 겁니다. ‘선다일여(禪茶一如)’, 즉 참선과 차가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차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발견하고, 나아가 인간의 도리와 올바르게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게 됩니다.”

부산죽로다문화원 대표인 명노 윤석관(78) 선생이 다도의 매력을 설명했다. 1980년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죽로다문화원을 창립해 38년을 ‘차인(茶人)’으로 살아온 윤 선생은 처음으로 저서 ‘차는 재미있다’를 출간했다. 차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기록한 책으로, 지난해 부산시문화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평생을 이어온 차 생활을 글로 정리하고, 차 문화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상금을 고스란히 출간 비용으로 썼다. 오는 10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소장 다기 전시회와 함께 출간기념회를 개최한다.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윤 선생은 차의 고장인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아내를 만나며 차의 매력을 알게 됐고, 1980년 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된 이후 본격적으로 차에 빠져들었다. “1981년 중구 창선동 대각사 앞에 죽로다원의 문을 열어 차 생활에 더 깊이 들어섰고, 이후  다도교실을 열어 다도 사범만 200여 명에 3500여 명의 차인을 배출했지요.” ‘다정(茶丁·차 하는 사내)’으로 쓰던 호도 ‘명노(茗奴·차의 종)’로 바꿨다. 우연한 자리에서 만난 서예 거장 청남 오재봉(1908~1991) 선생이 지어줬다. 차를 섬기고 따르겠다는 뜻을 담은 데다, 자신을 낮추고 헌신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1988년 신문사에 복직해 1998년 퇴직한 뒤로도 다도 생활을 이어왔다. 창선동 대각사 앞에서 시작한 다원도 중앙성당 앞, 중앙동 등을 거쳐 현재 남포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름도 죽로다원에서 죽로다문화원으로 한 차례 바뀌었다.

‘차를 마시면 인생이 좋아지고 세상이 좋아진다’는 그는 일상 속 다도 실천법을 묻는 말에 “일단 마시라”고 말하며 웃었다. 호화로운 다기 세트나 복잡한 예법을 갖추지 않더라도, 수시로 차를 마시고 가까이하면 절로 참선에 다가가게 된다고 말했다. 윤 선생은 “차의 본 맛이 인간의 참맛과 같다. 대자연의 맛이라고 하면 될까. 초록으로 우러난 차를 마시다 보면 탁한 것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맑아진다”며 “3식6다, 하루 세 끼에 여섯 잔의 차를 마셔 보라. 정성껏 기르고 잘 덖은 녹차를 추천해 드린다”고 덧붙였다.

책은 그의 40년 차 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됐다. 차와 함께한 세상, 차와 수행, 차와 미학, 다회와 다실, 차 상식, 차 즐기는 법, 동양의 차 이야기, 죽로 40년 다도의 길로 구성돼 차에 대한 모든 것이 빼곡하다. ‘불완전을 사랑하라. 파형미가 아름답다’는 문구가 부제로 붙었다. 그는 “차를 마시는 목적은 결국 화합이다. 화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의 불완전함과 파형미를 미워할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안아야 한다”며 “화해는 최고 최상의 생심(生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과 고문을 지냈으며 부산차인연합회 고문, 부산차문화진흥원 고문 등을 맡고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