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14명의 총리 보좌
- 음지에서 조율조정하는 업무
- 2014년 교황방문 실무 담당
- 메르스 사태 처리 기억 남아
-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 추진
- 지자체의 소극행정 없어져야

“총리실 업무가 빛이 나는 건 아니지만 갈등 현안을 조율해 결과물 을 내놓을 땐 보람을 느낍니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은 “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힘쓰고 있는 만큼 부울경의 성장동력을 잘 살리면 발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뉴욕주 변호사… 어쩌면 지금보다 더 화려하고 부유한 삶이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공직을 택한 걸 후회한 적 없다.

국무조정실의 최병환(53) 국무1차장(차관급)을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최 차장은 “법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막연하게나마 사적 분쟁을 해결하는 일보다는 공적 영역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내는 일이 더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공직을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초중고(해운대초·중, 부산사대부고)를 모두 나온 최 차장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법학 석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 1998년부터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다. 기획·조정 업무를 두루 거치며 여러 정부에서 중용됐다.

최 차장은 총리실에서 20년 정도 근무하면서 열 네 명의 총리를 보좌했다. 그는 현 이낙연 총리에 대해서는 “언뜻 모순돼 보이는 미덕을 겸비하신 분”이라면서 “종합적인 안목을 갖고 계시면서도 디테일에 강하고, 전략적이면서도 겸손, 소탈한 성품을 가졌다”고 평했다.

그는 총리실 업무에 대해선 “빛이 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 ‘3D 업무’에 가깝다. 성과가 나면 공은 해당 부처로 돌아가고, 총리실은 늘 음지에서 조율조정하는 숙명”이라면서 “그럼에도 어려운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시행이 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총리실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행사를 꼽았다. 당시 사회조정실장으로서 행사 실무 준비를 책임졌었다.

그는 “당시 교황 방한 행사는 종교행사 측면뿐 아니라 국빈 맞이로써 의전·경호 문제, 지방 방문 등 수많은 부처와 지자체가 관여해 방대한 행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팀을 짜서 대응했는데 아주 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저로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손길이 스쳐 간 묵주를 받은 것과 성남공항 환송 때 교황과 악수한 사진을 지금도 뿌듯하게 바라보곤 한다고 귀띔했다.

또 잊을 수 없는 것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다. 당시 총리실이 컨트롤타워로서 범정부 차원의 1일 점검회의를 26회나 치렀다. 한 번의 회의를 위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사태가 마무리되기까지 약 4개월간 체중이 3~4㎏ 빠질 정도로 고생을 했다.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느슨했던 감염병 대응체계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총리실은 여러 부처에서 수립된 국정과제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 조정하는 역할로 바쁘다.

문재인 정부에서 특히 주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치 분권이다. “우선 핵심 규제 권한을 지방에 많이 이양하려고 한다. 이는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과도 연계되는데 지자체에서 건의한 부분들을 검토 중이다. 또 지난 7월부터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법령을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권한 이양이 규제개혁의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현장이나 기업에서 볼 때는 지자체의 소극행정, 보신행정도 여전한 탓이다.

“제도적 틀을 바꾸는 것과 함께 인식과 행태의 개선이 병행돼야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분권의 핵심인 국세-지방세 비율은 현재 “‘8 대 2’ 구조인데 ‘6 대 4’를 장기적 목표로 하되, 곧 ‘7 대 3’ 정도 되도록 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울경 지역경제가 어렵다고 듣고 있다. 이 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부울경이 가진 성장동력을 잘 살려내면 충분히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도 많이 돕겠다”고 말했다.

공직을 꿈꾸는 후배들에겐 “최근에 직업적 안정을 추구하면서 공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많아졌다”면서 “그러나 공직은 국민을 위해 서비스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생활인, 직업인으로 안주해선 안 된다. 헌신하는 자세와 끊임없는 자기 노력을 병행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